일식

로맨스일식

해설로(海雪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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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늘 같은 태양처럼, 결코 바뀌지 않을 운명. 서로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정계의 실력자 한필호, 재계의 거인 강윤욱. 서로를 죽어도 놓을 수 없는 그들의 아들 한태주, 딸 강서인. 그리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그만 둘 수 있었다면 그만두었을 사랑.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기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넘어, 마침내 태양을 가린 사랑. 여기서 뭐하는 거야? 태주가 먼저 물었다. 난……. 입을 열었던 서인이 말을 멈췄다. 조그마한 입술를 하얀 이가 난감하게 깨물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정말 짜증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이맛살에 주름을 잡았다. “젠장!” 세상에서 이렇게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은 처음이라는 듯 서인은 태주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죽을 수도 있어.”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성큼성큼 순식간에 로비를 가로지른 태주가 서인의 손목을 잡아채 품에 안았다. 입술이 입술을 찾았다. 작은 몸이 그의 몸 안에서 바르르 경련했다. 가는 허리가 몰아붙이는 힘을 이기지 못해 휘어졌다. 희미한 향수 냄새,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서인의 향기 속에서 그는 그녀를 찾았다. 그녀의 호흡이 아니면 숨을 쉴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호흡을 들이마시고, 작은 혀를 찾아 필사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죽자.” 그대로 죽어도 좋다는 달콤한 절망. 미움만큼 깊은 사랑의 이야기, 일식(日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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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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