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제왕의 절개

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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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도 나간 지 꽤 됐으니까 그 남자애도 같이 사라졌겠지? 슬슬 나가볼까?” 서리는 자신을 보고 비웃은 남자에게 욱해서 한마디 해 주고 돌아섰지만, 남자가 ‘뭐?’라며 반응했을 때 속으로 뜨끔했었다. 뒷감당도 못하면서 욱하는 성질 버리자고 몇 번이고 결심했지만, 제 버릇 누구 못 준다고, 그런 순간이 되면 어김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서리였다.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생김새와는 달리 입도 거칠고, 욱하는 성질에 지저분하기까지 해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혀를 내둘렀다. 당연히 남자가 그 여자와 함께 사라졌을 거라 생각하고 당당하게 문을 연 서리는 눈앞에 서 있는 제왕의 모습에 우두망찰했다. 서리의 계획을 눈치 챘다는 듯 제왕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짓궂게 웃고 있었다. “더러워?” “…….” “내가 더러워?” “난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는데요?” “기억에 없다?” 제왕은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서리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려보이는 어린 것이 키 좀 크다고 자신을 내려 보며 반말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싸가지가 없어 보이는 남자의 포스에 차렷 자세로 얌전하게 서 있었다. ‘잘생기면 뭐해. 완전 싸가지를 물에 말아 한 입에 들이킨 것 같은 자식. 누나가 한 살만 더 어렸으면 너 내 손에 죽었어! 이 몸이 서른 줄에 들어서고 보니 기력이 딸려서 참아 주는 줄이나 아시지.’ “그쪽이 더럽다는 게 아니라, 그쪽 침이 더럽다는 거였는데.” “어쨌든 더럽다는 거잖아!” 제왕의 외침에 서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제왕의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서 서리는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했다. 백육십이 채 못 되는 키였지만, 칠 센티 높이의 힐을 신어서 제법 키가 커졌는데도 제왕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만 했다. ‘키는 욜라 크네. 백팔심사? 백팔십육? 싸가지를 말아먹고 키만 키웠나!’ 전혀 동요 없는 서리의 담담한 눈을 바라보던 제왕은 순간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립스틱이 다 지워진 서리의 입술이 메말라 보였다. 그런데 왜 그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촉촉하게 적셔 놓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난 내 침도 더러운데, 그쪽은 자신의 침에도 엄청난 프라이드를 갖고 있나 보죠?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나한테도 그 프라이드 높은 침을 바르던가! 침 좀 발렸다고 썩어 문드러지진 않을 테니, 그러고 싶으면 그러던가! 정말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치사하게……, 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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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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