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한계

최기억

1,995

"한주민"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다. 다른 이들이 감탄할 정도의 외모와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탓에 지금까지 원하는 건 단 한번도 이루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부모님 어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남들이 봐도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원하는 길로 접어들었는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모든 게 다 무너질 줄은 몰랐다. 단순 사고사가 아닌 보복성 사고사란 걸 알았을 때도. 자신이 얼마나 무능력한지를 알았을 때도. 절망감으로 좌절하고 자살을 기도했을 때도. 작은 어머니인 유화가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자신을 일으켜세워주고 채찍질해준 작은어머니로 인해 주민의 모든 생활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살 거라면 시간을 두고 갚아주겠다고. 허무하게 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다독여 주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강해질 거라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그를 만난 건지……. 대체 왜? "스칼 자르젤"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을 구한 여자. 공허한 눈빛을 가진 그녀의 사진 한 장에 모든 게 다 변해 버렸다. 호기심을 넘어선 관심. 딱히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닌 여자였지만, 왠지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여자였다. 그래서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근접경호원으로 지정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무표정한 표정 아래 가끔씩 내비치는 그녀의 불만 가득한 표정에 순간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뛰는 건 뭔지. 지금까지 숱한 여자를 만나왔지만, 이런 여자는 처음이라 새롭고 설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싶어졌다. 가끔 보여주는 그녀의 눈빛과 오물거리는 표정을 보고 싶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기에. 곁에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한주민이라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 * * * * * 평범하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던 부모님의 죽음 이후, 주민이 꿈꾸는 건 오로지 복수뿐이었다. 그렇게 11년, 이윽고 복수의 끝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생각지 못한 남자 역시 나타나 주민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난 한주민이라는 여자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알고 싶어졌거든.] 스칼 자르젤, 그녀와는 달리 대단한 집안의 대단한 남자. 그런 남자가 별것 아닌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심장을 꿰뚫는 듯한 매서운 눈빛을 보내는데…. [난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 [전 물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을 들이는 거지.]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