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늪에 빠지다

최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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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홍리나. 내 인생에 남자는 없을 줄 알았다. 평생 뇌리에 박힌 부친의 말씀대로 조국을 위해서 살았고 조국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내놓았기에 자의든 타의든 포기해야 했고 내려놓아야 했다. 텅텅 빈 가슴을 부여잡고, 망가진 몸을 끌어안고 철옹성에 가둔 채 그리 살아왔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살아야만 친구를 희생하면서까지 건진 이 구차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헌데 자꾸만 눈에 밟힌다. 아무리 시선을 외면하려 해도 그가 보인다. 깐죽거리고, 사람을 웃게 만들고, 돌아보면 언제나 등 뒤에 서 있는 그의 존재가 왜 이다지도 심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지. 무시하려 해도 되지 않음에 심장이 아프다. 다가오는 그를 막지 못함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그를 난 어떻게 대체해야 하는 걸까? 내 이름은 고바다. 고씨 집안 막내로 태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 살아왔다. 가문을 이어갈 부담도, 장자를 낳을 의무도 없기에 자유로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리 살았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질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 그녀를 위해서 강해질 것이다. 더 이상 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유로웠던 영혼을 묶을 것이다. 나 고바다는 홍리나를 위해서 그리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 유일한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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