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관계(스캔들 계약)

로맨스거짓관계(스캔들 계약)

극치(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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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생각하면서 그런 표정 짓지 마.” 잊히게 하고 싶다. 네 속에 단단히 각인되어 있는 그놈과의 기억을. 네 심장, 네 머릿속, 네 입술에 아직도 자리하고 있는 그놈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내고 싶다. 그리고 갖고 싶다, 너를. 끔찍한 그날 이후, 우린 가짜 관계가 되었다. “이 녀석이 아직도 자고 있는 게냐!” 귓속으로 파고드는 걸걸한 목소리에 지민은 기겁을 하며 머리끝까지 덮고 있는 이불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제야 지금 자신이 천 조각 하나만을 달랑 걸친 허전한 상태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 순간, 지민을 벌벌 떨게 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걸걸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더 들려왔다. “이 자식이! 할아비가 왔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지민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머리끝까지 덮어주고 있는 이불 위로 거친 손길이 느껴졌다. 이불을 벗겨내려는 그 강력한 힘에 그녀는 미간을 꽉 좁히며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힘겨운 줄다리기는 계속 되었다. “저, 저기요! 잠시만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지민은 죽을힘을 다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누구세요……?” “흠, 흠!” 그때, 성큼성큼 급하게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정혁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할아버지. 어, 언제 오셨어요?” “흠! 잔말 말고 이불 안에 들어 있는 아가씨나 나오라고 해.” 단호한 남자의 음성과 함께 침실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침대 곁으로 다가오는 또 한 명의 인기척. 침대 곁에서 멈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착잡함이 묻어 있는 정혁의 음성이 느릿하게 들려왔다. “나가셨어, 이제 나와.” 정혁의 말에 이불을 덮어쓴 채 간신히 숨어 있던 그녀가 이불을 얼굴 밑으로 내리며 빠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운동복 차림의 정혁이 얼굴을 잔뜩 구긴 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끝까지 하지도 못했는데, 제대로 넣어보지도 못했는데, 끔찍하게 열쇠도 없는 족쇄에 발목이 꽁꽁 묶일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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