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붉은 달의 왕녀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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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전리품이 된 애송이 이방인. 그것이 신국 황태자의 첩이 되어 버린 해원의 왕녀, 은효의 현재 위치였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어린 왕녀는 가녀린 제 몸 하나 지키기 위해 고요히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을 항상 지키는 존재. “기꺼이 당신의 전부가 되겠습니다.” 신분, 혈통, 성별 그 모든 걸 뛰어넘어 은효의 마음을 울리는 단 한 명의 호위무사 단월. “네 덕분에 이 지옥 같은 곳이 그나마 낙원 같아.” 어둡기만 하던 타국의 낯선 하늘, 새카맣던 은효의 마음속에 붉은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미리보기 “어, 왕녀님, 잠깐만, 아……!” 단월은 은효를 밀어내며 허둥거렸다. 그러다 답지 않게 발이 꼬였고, 뒤로 풀썩 넘어졌다. 은효의 침대 위로. “아…….” 단월은 신음했다. 그녀는 은효를 올려다보았고, 은효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은효의 붉은 입술은 타액에 젖어 촉촉했다. 나의 타액.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단월의 호흡이 가빠졌다. “싫으냐?” “아니, 저는, 그게, 어……. 싫지는 않았는데…….” “……네가 또 무슨 황당한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은 떠도 좋다. 네게 아무것도 강제할 생각은 없어.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은효가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자 단월이 그녀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은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단월이 얼굴을 붉혔다. “왕녀님, 싫다는 게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그저…….” 단월은 거의 울먹였고, 은효의 눈빛이 서서히 바뀌었다. 어쩌다가, 내가. 어쩌다가, 내가 당신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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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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