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누구 조장 하실 분?

GL저기 누구 조장 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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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조장을 정할 차롄데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수현이 입을 떼자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귀신같이 위기의 순간을 직감한 조원들은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수현은 직감적으로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음을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회피할 수 없는 위기가 종종 오곤 한다. 마치, 지금처럼. “……저기 누구 조장하실 분?” 그리고 그러한 위기를 맞이할 때는 늘 혼자다. 불현듯 며칠 전 SNS에서 읽은 유머 글을 떠올렸다.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 칠레 남부 티에라델푸에고 지역의 야간(Yaghan)족 원주민들이 쓰는 명사.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자신은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해 주기를 바라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하고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 ‘조별 과제를 가리키는 말.jpg’이라는 게시물의 제목이 찰떡같이 어울린다며 친구와 떠들던 게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 유머 글이 오늘의 대재앙을 예고하는 전주곡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깔깔, 웃어넘긴 바보였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합이라도 맞춘 듯 쏟아졌다. “……어, 저기.” 수현은 쏟아지는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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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능천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