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도발의 전지적 시점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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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서른셋까지 짝 없으면 우리 결혼할래? 어린이 집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같은 동네에서 다녔다. 공부 잘했던 지우가 과학고를 가면서 잠시 헤어졌으나 집이 너무 가깝다. 운명의 33년 지기. 한 아파트, 마주보고 있는 현관문 탓에 가족처럼 지낸 소녀와 소년은 끈끈하다 못해 끈적이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나 상견례 한 거 알지.” 그의 물음에 해인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들었어.” “그런데? 너의 이런 행동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우야. 나는.” “우리 결혼할까?” 당황한 그녀와 달리 지우의 표정은 단단한 얼음조각처럼 굳어 있다. “사랑한다며.” “…….”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랑을 하나보다.” “지, 우야.”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 그의 시선을 피하는가 싶더니 이내 전술을 바꿨는지 해인이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역시나 그녀는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언제 질릴지 모를 와이프보단 친구가 낫지 않아?” “친구?” 조용한 물음에 지우의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시리고 차가운 음성에 된서리를 맞은 듯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해인아.”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이마를 스치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귓가로 넘겼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난 단 한 번도 널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의 숨결이…. 그 향기가 해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친구로 머물고 싶었으면 선을 넘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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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치도록 아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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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상화 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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