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멸망한 세계의 그이

양말양

16

평범한 회사원 수아. 오늘도 지쳐서 전부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들었을 뿐인데…. 정말로 세계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남은 건 나와 그 둘뿐. “눈 떠서 내려다봐요.” 유리 밖으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폐허였다. 빌딩의 숲과 고가도로에도, 복잡하게 얽힌 거리에도 인파는커녕 사람 한 명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인을 잃은 자동차들은 문명의 유물일 뿐. 청명한 하늘과 회색으로 정지된 도시의 대비가 선명해 경계선이 오려 붙인 것처럼 보였다. 수아는 창문에 가슴을 누르고 붙은 채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시, 싫어… 부끄러워….”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남자가 속삭였다. 투명한 창 위로 조각 같은 얼굴이 비쳤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건 우리 둘뿐인데.”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