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못된 것만 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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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어 다니라고 하면 기고, 벗으라고 하면 벗어.” 도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담배 연기가 서우의 얼굴에 닿았다. 함부로 삼킬 수 없는 독한 연기가 꼭 남자를 닮아 있었다. 아연한 서우에게 도현이 건조한 조소를 던졌다. “앞으로 내 개처럼 살아.” 서늘하고 어둑한 눈동자가 서우를 꿰뚫을 듯 응시했다. “아이를 낳아야 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권태에 가득한 표정으로 남자가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너는 나랑 급이 맞지 않지만.” 도현의 무감한 눈이 서우의 새하얀 얼굴을 여유 있게 훑었다. 서우는 뜨거워진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자신과 남자의 급을 나눠 평가할 줄은 몰랐다. 감히 곁에 서지도 못할 사람으로 내칠 줄은. “꽤 꼴리거든. 아내는 곧 생길 거고, 아이만 필요해서.” 남자는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껐다. 엉망으로 구겨지는 담배가 마치 서우의 신세 같았다. 결혼을 앞둔 도현이 서우에게 제시할 조건은, 정말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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