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시집살이 오 백 년

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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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에는 신체를 지칭하는 비속어 및 인외존재와의 관계 소재가 포함되어 있사오니 작품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긋지긋해! 세상 천지에 누가 시집살이를 오백 년이나 한다고!” 청아로 말할 것 같으면 동쪽의 교룡 가문에서 태어난 금지옥엽 아가씨로, 용이 될 싹수가 보인다는 이 북쪽 문해 가문으로 시집온 날, 신랑을 보고 그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인물도 좋아, 체격도 늠름해, 게다가 밤일도 잘 해.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신랑 운해는 같은 나이대의 교룡들 중에서 두드러진 자질을 보여 모두가 그가 용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청아도 그리 믿었다. [수행을 끝내고 용이 되어 돌아오리다.] 그 말을 남기고 서방 운해가 수행지로 떠난 지 벌써 오백 하고도 일 년. 십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행이 백 년이 되고, 이백 년이 되고 벌써 오백 년이 지났다. 오백 년 동안 독수공방이라니. 다른 교룡들이 용이 되었다는 소식은 계속 들려오는데 서방 운해의 소식만 없다. 서방이 어디 가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판국에 시댁에서는 청아만 구박하고 괄시한다. “이게 다 네가 네 서방의 기를 빼앗았기 때문이야. 용이 될 수행에 매진해야 하는 아이를 밤마다 그렇게 괴롭혔으니.” 아니, 어머님. 밤마다 괴롭힌 것은 제가 아니라 어머님의 아들인데요? 제가 덮쳤나요? 어머님의 아들이 덮쳤지요. 그래. 오백년이면 많이 참았다. 용? 그딴 것 다 필요 없다. 교룡이든 뱀이든 뭐든 간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오붓하게 살아줄 새 서방을 구해야겠다. 그러나 무작정 떠난 길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려, 들어가지 말아야 할 황무지로 발을 들여놓은 청아는 황무지의 늪에 사는 괴룡을 만나게 되는데. “나와 함께 여기서 평생 살지 않겠느냐? 내가 비록 죄를 지은 몸이라 이 늪을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오백 년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은 무책임한 서방보다는 낫지.” 듣고 보니 돌아오지 않는 무책임한 서방보다는 늪에 갇힌 괴룡이 더 낫다. 적어도 괴룡은 늪을 벗어날 수 없으니 저를 두고 먼 곳에 갈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괴룡. 수백 년 동안 굶주렸는지 정욕이 이만저만 넘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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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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