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위드 어 키스 (With a Kiss)

설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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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구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명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리고 콧잔등에 자리 잡은 몇 개의 주근깨. 공상을 좋아했던 빨간 머리 앤처럼 발랄한 여자아이, 영주. 아프신 할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아가는 영주가 재하의 눈엔 예뻐 보였다. 외모뿐 아니라 그 고운 심성, 그리고 일하는 손길까지. 서른셋의 남자가 보기에 아이 같아서 예쁜 것뿐이었다. 그 예쁨에 이따금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어도, 가슴이 버석대도, 한참이나 어린 아이이기에 그저 그뿐. 그러나 무심코 낮잠을 자던 재하의 입술에 닿은 딸기 맛이 느껴질 것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숨결. 그 숨결이 닿은 이후, 그동안 평온하던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예쁜 여자라고 다 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야. 너, 넌 아직 어린애야.” “저, 스물하나라고요! 선생님보다 어릴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어린애는 아니란 말이에요! 엄연히 성인 여자라고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을 봐! 이게 성인이 할 짓이야? 아무에게나 같이 자고 싶다고 구걸하는 게 성인 여자의 특권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그 여자 때문이에요? 저번에 봤던 그 여자. 제가 그 사람보다 예쁘지 않아서그래요? 세련되지 못해서? 그 사람보다 똑똑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 식으로 아무리 떼를 써 봤자 나는 너 안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얌전히 네 자리로 돌아가서 자라.” “안아 주세요, 제발! 그냥 아무 생각 말고! 저, 욕심내지 않을게요. 그냥 저 위로해 주신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안아 주세요. 선생님 싫어하시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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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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