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처음부터 끝까지

망고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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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빚에 쫓겨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해동리로 도망쳐 온 창일. 당장 잘 곳도 없어 막막한 와중, 동네 사람들의 추천으로 영훈이라는 잘생긴 청년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게 시골 인심이란 건가? 아무래도 영훈의 호의가 지나친 듯하다. 객식구임에도 소고기를 주식으로 받아먹으며 팔자에 없던 호강을 하지만, 내 것일 리가 없는 행운에 창일은 행복할수록 불안하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몸도 주고 마음도 줬지만 틈만 나면 집 나갈 생각뿐인 창일 때문에 영훈의 속은 시커멓게 탄다. 영훈은 브레이크 고장난 경운기마냥 폭풍 직진하며 창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데. “형. 많이 싫어요?” “많이…… 싫은 건 아니야…….” * * * 창일은 혹시나 입 안으로 혀라도 들어오면 밀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기새처럼 뽀뽀만 하고 물러나는 입술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어서…….” 영훈이 죄지은 강아지마냥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렇게 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진심을 꽁꽁 숨기고 있는 창일에게 대응하는 영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솔직함이었다. “그래. 막상 해 보니까 별거 없지?” 심하게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외면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말을 뱉었다. 눈앞에 별이 반짝거릴 듯 좋았던 입맞춤을 별거 아니라고 하다니 영훈은 섭섭했다. ‘도대체 이게 별거가 아니면 뭐가 별거야. 엄청…… 좋았는데…….’ “얼른 자자.”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저 강아지 같은 얼굴에 홀랑 넘어 버릴 것 같은 창일은 빨리 자자며 겨우 위기를 넘겼다. 새벽부터 시작됐던 모내기에, 자신을 향한 돌직구 고백에, 기습 뽀뽀까지.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져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불을 끄고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남자와 한 침대 위에서 같이 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안전한 줄 알았던 영훈과 같이 자는 안방이 알고 보니 제일 위험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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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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