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다

로맨스취하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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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참지 못하는 의리파 아니, 인정이 도를 넘어 탈인 여자 도경. 그런 여자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남자 성준.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파란만장한 미래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 꼭 기억해 두길 바라요. 내 이름은, 곽도경. 곽도경입니다. - 잊어버리라고 사정해도 기억해둘 겁니다. 약속대로 그는 곽도경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그때도 지금도……. 그런데 도경은 그를 만났던 것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새까맣게. - 그쪽 이름도 얘기해줘요! 차라리 요구하지나 말지. 잊어버릴 거면 남의 귀한 이름은 왜 물어봤느냐고! 그것도 기분 나쁘게 소리까지 치면서 물어보더니만. -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요? - 그쪽하고 같은 용도예요. - 아하. 좋아요, 내 이름은 하성준이오. 하성준. 같은 용도라고 하지 않았으면 이름을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서로 피하다 보면 다시는 마주칠 리 없을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잊어버렸다고? 아무리 술에 취했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입으로 이름 꼭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만나지 않게 하겠다고 하고선 까맣게 잊어버릴 수가 있느냔 말이다. 어떻게! 도경을 만나는 순간 이미 기분이 상한 성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 혼자만 곽도경이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하성준이란 이름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더 기분 나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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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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