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날 일기

로맨스행복한 날 일기

이새인

5

9년이란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게 했던 남자, 지훈. 그와 재회한 뒤에도 가은은 여전히 그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하지만 그가 베푸는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열락의 달콤함에 빠져 다시금 그의 우리 안에서 사육될까 두려웠던 가은은 그의 진정성을 시험하고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나 싱글맘이라는 현실 때문에 그가 내민 도움의 손길마저 외면하긴 어려워 그의 입김으로 로펌에 입사하고 그렇게 일을 하며 지훈과의 관계도 차츰 생각해 보려 하지만 지훈은 9년간의 시간이 사라진 듯 급하게 다가오고 여태껏 그를 품고 있던 가은의 마음도 갈대처럼 마구 흔들리는데……. “로운이와 나, 오빠 없이 9년을 살아왔어요. 하루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 이해해.”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오빠에게 쉬운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이것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쉬운 여자라고 생각해서 네 몸을 탐냈던 게 아니라는 걸. 널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아무 때나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거야. 예전에는 철이 없어 그걸 몰랐던 거고.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때도 그랬어. 내 시선은 항상 너만 좇았고, 너만 안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나……오빠와 좀 더 대등한 관계가 되고 싶어요. 지금 상황에서 오빠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싫어요. 좀 더 능력을 갖추고 오빠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결혼은 조금 더 시간을 줘요.” “노력해 보지. 하지만 너와 로운이를 하루빨리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로운이도 아빠가 하루빨리 곁에 있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 거고. 물론 9년 동안이나 방치해 둔 사람치곤 뻔뻔스런 말이란 걸 알지만.” “뻔뻔스러움이 오빠 무기잖아요.” “정말 많이 컸군, 이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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