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찬탈자를 위하여

로맨스잔혹한 찬탈자를 위하여

로사린

10

“그대와 혼약이 되어 있는 발레리안 공이 올해로 불혹이던가.” 천년제국을 무너뜨린 찬탈자, 북부 대공 카이든. 고요한 가운데 그의 차가운 흑안이 어린 제국의 황녀 코델리아에게로 향했다. “차라리 내 황후가 되어라. 불행하게 하지는 않겠다.” 제국을 배신한 섭정과 물러터진 선황 간의 혼약. 황가의 피를 참혹하게 짓밟고 올라선 자의 청혼. 그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든 자의 우스운 제안은 꺾였던 절개를 되살렸다. “그냥 제 목숨을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말에 강인하고 거대한 육체가 몸을 일으켰다. 짐승 같은 찬탈자의 흑안이 빛나는 순간,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다.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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