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완해(Relief Of Pain)

해빙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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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남자, 백유완. 사고 이후로 더 이상 만족스러운 연주를 할 수 없는 그는 어느 날 밤, 제 모든 걸 모조리 잡아먹을 여자를 만났다.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술 칼럼니스트인 여자, 영해주. 무례와 나태가 예술이라는 번듯한 이름으로 둔갑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여자는 차라리 스스로가 파괴되길 원했다. “나, 너 때문에 진짜 돌아 버릴 것 같아.” 어떤 강렬한 예감이 백유완의 뇌리를 스쳤다. 검고 푸른 눈동자에 수심이 가득 고인 이 여자와 함께 지난하게 붕괴한 현실 속에서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리라는. “맞아요. 내가 당신 돈 주고 샀어요.” “야, 나 좀 비싼데. 감당할 수 있겠어?” “돈 필요하지 않아요?” 제 앞에서는 맹랑한 말만 하는 여자. 그러면서 밤이면 제 아래서 엉망으로 우는 그 여자. 서로의 상처를 핥듯이 이어진 끝없는 애욕의 밤. “너랑 존나 지저분하게 씹하고 싶거든.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돈 주고 나 샀잖아?” 유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 젖었는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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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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