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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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함께 하며 가깝게 지낸 두 친구, 도연과 유현. 소꿉친구인 두 사람은 도연의 말마따나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자부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유현은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그냥 모르고 싶었다. 여우 수인이지만 곰 같은 성격의 유현은 도연이 좋았다. 이제는 까마득해 기억도 나지 않는 순간부터 쭉. 비록 그 감정을 매번 홀로 삭였어도 말이다. 곰 수인이지만 여우 같은 성격의 도연은 유현이 좋았다. 어릴 적 이사 온 동네에서 처음 만난 그 무렵부터 쭉, 다만 본능적으로 몸은 아는 그 감정을 머리로는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 * * 아무리 솜뭉치에 가볍다고 하더라도 제 몸만 한 인형이었다. 쉽게 쉽게 옮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유현은 피치 못할 상황을 제외하면 인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화 하면 가벼운 솜뭉치 인형쯤이야 한 손으로 휙휙 옮기고도 남았지만, 그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작은 여우의 몸으로 인형의 옆에 꼭 붙어 있으면 마치 도연이 옆에 붙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불만큼이나 폭신한 곰 인형을 옆구리에 꼭 붙이고 잠이 들면 지난 겨울 방학 도연과 같이 한 침대에서 낮잠을 자던 것이 떠올랐고, 그 앞으로 이동해 잠자코 앉아 있으면 작년 여름 학기 중 장난을 친답시고 뒤에서 안아 오던 도연의 뜨끈한 품이 생각났다. 다시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오르는 듯해 그렇지 않아도 반짝이는 두 눈을 다시 한 차례 빛낸 유현이 재빨리 곰 인형의 동근 배 위로 폭 고개를 묻었다. * * * “유현이 내 줄 생각 없으니까 돌아가.” “이게 또 염병 떠네. 누가 노유현 달랬냐? 자리 바꿔 달라고 했잖아.” “싫다잖아.” “이 새끼는 자기한테 물은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지가 난리야.” 단숨에 눈썹을 축 늘어트린 도연이 유현의 어깨 위로 꾸물꾸물 얼굴을 묻었다. “유현아. 쟤가 나한테 욕했어.” 어깨를 움찔하면서도 결 좋은 머리카락이 자리 잡은 뒤통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유현은 이내 고개를 들고 짐짓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 왜 친구한테 말을 그렇게 해.” 동시에 도연의 입술 끝이 방긋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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