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루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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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음향 엔지니어로 전향한 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서지아. 어느날 그녀에게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베일에 가려진 천재 뮤지션, ‘나인’의 앨범 믹싱을 하게 된 것. 지아는 나인의 스튜디오가 있다는 섬, 무아도로 향하고 나인과 그의 대리인 김진우와 한 달 남짓을 함께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지켜야 할 이상한 규칙들과, 앨범 내용…. 나인과의 녹음은 순조롭지 않았고, 그가 입을 여는 건 분노를 드러낼 때뿐이다. 좌절하는 그녀 곁에는 언제나 나인의 대리인, 김진우가 있었다. 그는 소년 같은 얼굴로 다정하게 말을 걸며 서지아를 챙겨준다. 그러다 곧 사랑에 빠질 것처럼. 하지만 나인의 실체를 접하면서 지아는 하나둘씩 의문이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아버리고 마는 지아. 진실이 드러나는 날, 그녀는 결국 무너진다. 귀를 막고 주저앉은 그녀에게 두 남자가 말한다. 사랑한다고. 과연 그는 그녀를 사랑했을까? *** 모니터에 표시된 악기별 트랙을 바라보는 지아의 눈빛은 행복해 보였다. “진우 씨, 그럼 이렇게 총 6곡이 끝인가요?” “7곡이 될 거예요. 1번은 birth, 2번은 rage 3번은 despair, 4번은 challenge, 5번은 loneliness, 6번은 revenge.” “참! 근데….” 모니터를 바라보던 지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앨범 제목이 life인데, 수록곡 중에 사랑이 없다는 게 좀 이상하다. 특이해요.” “그게 꼭 있어야 하나요?”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중요하잖아요. 사랑이라는 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고.” “지아 씨는 그렇게 생각하나 봐요?” 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것 같았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사랑 따위 관심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쩌면 미완성된 마지막 곡이 ‘love’가 아닐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니, 꼭 그랬으면 싶었다. 나인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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