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의 여자

로맨스바람둥이의 여자

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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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후 (32) 유한 식품 사장. 불우한 시절 탓에 냉소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자 그런 그가 정략결혼을 종용하는 아버지의 요구에 정략결혼 대신 허수아비 아내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한 여자. 그녀에게 정후는 묘하게 끌린다. 신주아(25) 대학생.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안 해 본 거 없이 열심히 사는 여자. 오로지 관심을 두는 건 성공해서 엄마와 함께 잘 사는 것뿐이던 그녀에게 날벼락처럼 날아든 엄마의 암 선고 소식에... 절망하고 그리고 우연히 한 남자의 얘기를 엿듣게 된다. 허수아비 아내를 원한다고? -본문 중에서- “그래도 결국 네가 지게 될 걸?” “미쳤냐? 당신 뜻대로 날 좌지우지 할 수 있었던 건 뭣 모를 때고.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라고. 나까지 팔아넘기면서 자기 인생 득 보려는 그런 심리에 대해서 넌 어떻게 생각하냐? 넌 의사니까 잘 알 거 아냐.” “뭐, 네 아버지가 욕심이 많은 분이시긴 하지. 그래서 게이 선언이라도 하게?” “하, 못할 것도 없지. 그러면 그 양반 정말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몰라. 그거 재밌는 구경이 될 텐데. 그러면 내 재미 보기가 영 껄끄러워지잖아.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국회의원 딸이건 뭐건 간에 가뜩이나 하기 싫은 결혼 팔리는 기분으론 도저히 할 수 없지. 뭐 내 사생활엔 전혀 관심 없는 어디 허수아비 같은 여자라도 있다면 모를까.” “날 살래요?” “왜 내가 당신을 사야 하는 거지?” “허수아비. 그거 나 잘 할 수 있는데. 난 댁한테, 아니 남자한테 원래부터 관심 없으니 사생활 따윈 전혀 터치할 생각도 없고 그럴 성격도 못 돼요. 그러면서 입은 아주 무거운 편이죠. 어때요? 좀 구미당기지 않나요?” “풉. 꽤 귀엽군. 우리 얘기를 엿들었나? 그래, 내가 당신을 사는 대가로는 얼마를 원하지?” “엿들은 게 아니라 그저 필요하던 말이라 귀에 들어왔을 뿐이에요. 10억. 사실 그 정도도 우스운 거지만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깎아 주는 거예요.” 정말 재밌는데? 당당하게 자신의 몸값으로 10억을 부르는 여자. 과연 당신이 10억의 가치가 있을까. 정후는 눈을 들어 여자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강단 있는 여자였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그의 눈에 보였다. 허수아비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여자에게 호기심도 발동했다. 그리고 일단 눈앞의 여자가 정후는 마음에 들었다. 가치는 뭐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한데 자꾸만 여자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 순간 정후는 예외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정후는 충동적인 행동을 바로 실천했다. <미리보기> 정후가 부르지 않아도 안겨 올 여자들은 많았다. 여자들이 쉽게 나오니 정후도 그들을 쉽게 볼 수밖에. 서정후에게 여자란 그저 허전한 자신의 욕구를 채워 주고 옆자리를 장식해 주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그런 정후에게 결혼을 하란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란다. 것도 그의 아버지란 사람이. 풉, 웃기는 소리를 잘도 하시는군. 게다가 국회의원 따님이시란다. 한창 잘나가는 국회의원님을 든든한 백그라운드로 두고 싶으셨다면 아버지가 실수하셨다. 절대 그런 결혼을 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절대 아버지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느닷없이 등장해 자신을 사지 않겠냐고 당돌하게 묻던 여자가 그의 품으로 쓰러져 버리다니. 그래도 골대는 정확했다. 준우가 아니라 정후 자신의 품으로 쓰러진 여자. 기절하는 와중에도 주인을 알아보는 똑똑함이라니. 풉.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품으로 쓰러진 여자를 안고 호텔방으로 데려와 얌전히 눕히고 있는 중이었다. 만일 여자가 보통의 여자들이 쓰는 방법 말고 색다른 방법으로 그에게 접근한 거라면 성공한 셈이었다. 여자의 고른 숨소리가 느껴졌다. 정후는 기절한 듯 잠든 여자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여자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은 감긴 눈을 통해 더 선명히 드러났고, 오뚝하지만 작고 도드라진 코 아래 자리 잡은 더 앙증맞은 붉은 입술은 살며시 벌어져 있었다. 마치 키스를 원하기라도 하듯이. 다시금 여자의 입술을 맛보고 싶어졌다. 술에 취해 잠든 여자를 상대로 별 희한한 생각을 다하는구나. 여자의 투명하리만큼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보며 정후는 순결한 백합을 떠올렸다. 자신의 입에서 이런 고상한 단어가 다 튀어나오다니. 평소 여자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매우 냉정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후는 곧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지워 버렸다. 자신을 사달라는 여자가 순결하다니 어불성설이지. 닳고 닳은 여자라도 뭐 상관없었다. 그저 정후가 원하는 대로 허수아비 노릇만 잘해 주면 되었다. 그 뿐이었다. “흐음……. 아!” 주아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이 확 들 정도로 머리가 깨질 듯하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주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방금 잠에서 깨난 이 낯선 곳이 호텔 방임을 깨달았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필름이 상영되듯 주아의 머릿속으로 어젯밤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맙소사! 어쩌자고? 그냥 충동적으로 홧김에 나왔던 것인데……. 자신이 지난 밤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게 분명했다. 남자가 자신을 사겠다고 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론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이불을 들춰 차림새를 보니 다행히 조금 흐트러졌을 뿐 잘못된 건 없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디서 그런 대담함이 나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던 건지.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주아는 그래도 경계심을 풀지 않으며 자신을 사겠다던 그 남자를 눈으로 찾았다. 곧 소파에 기대 불편하게 잠든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아는 발소리를 죽이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한쪽 손을 이마에 올린 남자는 비좁은 소파에서 자는 게 불편한지 인상을 찡그린 모습이었다. 이 남자처럼 키 큰 사람이면 더욱 불편할 듯싶었다. 주아는 자신 때문에 불편한 잠을 청하는 남자에게 미안함이 들어 이불을 가져다 덮어 주었다. 이불을 덮어 주자 그가 뒤척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신음 소리와 함께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주아는 영문도 모르고 당황했다. 이불만 덮어 주고 얼른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왠지 그래 주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주아는 남자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 자신이 이런 친절을 이 사람에게, 그것도 남자에게 베푸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악몽을 꾸는 남자의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 주아는 그만 진정되길 바라며 한동안 그렇게 쓰다듬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손이 강한 힘에 의해 붙들렸다. 무의식중에 그가 주아의 손길을 느낀 건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주아의 손을 붙잡았다. 빼내려는 주아의 움직임을 제압한 남자의 손은 주아의 손을 더욱 꽉 쥐어 자신의 가슴 위로 올려놓았다. “가지 마…….” 남자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너무나 슬프게 들려서 주아는 손을 빼려는 움직임을 멈춘 채 그대로 남자의 옆에 앉아 있었다.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난감해진 상황에 주아는 그저 지난밤 무데뽀 같았던 자신의 행동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잠잠해졌나 싶다가 어느새 깨어난 남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누구지도 아니고 뭐지?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럼 차라리 더 나았을 텐데. 곧 남자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주아의 손을 놓아주었다. “날 유혹하려던 거면 깨웠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내 손만 잡고 있을게 아니라.” “하! 이, 이보세요. 그저 난 나 때문에 당신이 불편하게 자는 거 같아서 이불만 덮어 주려던 건데 당신이 악몽을 꾸는지 갑자기 소리 지르다 내 손을 붙잡은 거라고요!” 그랬었나? 식은땀이 난 걸 보니 악몽을 꾼 게 맞는가 보다. 정신이 든 정후는 주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저 여자는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해도 예쁘군. 아니면 자신에게 저 여자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콩깍지가 씌었거나. 저 입술에 키스하면 그 달콤함에 또 정신을 못 차리게 될까? 주아의 입술을 게슴츠레 살피는 그의 아랫도리가 금세 묵직해졌다. 그녀는 눈치 못 챘을 텐데도 민망해진 정후는 헛기침을 하며 주아를 향해 물었다. “그럼 내 머리를 쓰다듬은 것도 당신이 한 게 아니라 꿈인 건가?” “내가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왜?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은데. 당신 나한테 당신을 10억에 사달라고 한 여자잖아. 그 정도로 대담한 여자가 잠든 날 덮친다고 해도 별로 놀라울 게 없지.” “…….” 순간 주아는 말문이 막혔다. 말투로 보아 만만치 않은 성격의 남자였다. 이런 남자를 상대로 그런 엄청난 제안을 하다니. 알코올이라는 게 그렇게 자신을 멋대로 조종할 수 있다니. 앞으로 다시는 독한 양주 따위는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런 오만한 남자에게 지고 싶은 마음 또한 없었다. 주아는 숨을 고르며 당혹스러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 그건 실수였어요. 뭐, 일종의 술주정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어젯밤 내 말은 못 들은 셈 치세요.” “술주정이었다고?” 피식. 정후는 여자의 말에 실소를 터트렸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사지 않겠냐고 할 때는 언제고. 자고 일어나니 실수고, 술주정이었다고? 그럼 서정후가 겨우 여자의 술주정에 놀아난 셈이 되는 건가? 그것도 그렇게 격한 반응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그녀의 반응이 재밌고 예상치 못한 발언에 신선한 충격도 받았다. 그래서 별로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정후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주아 쪽도 마찬가지였다. 주아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다음 노골적으로 입가에 능글맞아 보이는 미소를 매달고 그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요. 난 용건 다 말했으니까 그만 가볼게요.” “잠깐! 누가 마음대로 가도 좋다고 허락했지? 나한테 먼저 다가온 것도 당신이었고, 자신을 팔겠다고 한 것도 당신이었어.” “그래서 내가 실수였다고 하잖아요. 술에 많이 취하면 실수도 하고 헛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는 건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나요?” “난 그쪽이 아니라 서정후야. 술에 많이 취한다고 누구나 다 그런 술주정을 하나? 그리고 난 내 입으로 뱉은 말을 함부로 뒤집는 그런 사람이 아냐. 난 분명 어제 당신과 거래를 했고, 난 그 거래를 깰 마음이 전혀 없어. 그러니까 당신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겠지. 사정한 쪽도 그쪽이고. 구걸하듯 자신을 내놓을 때는 언제고 마음이 왜 바뀌신 건가? 제정신으로 날 보면 더 혹할 텐데? 아니 이미 다 알아 놓고 덤빈 거 아닌가?” 주아는 다시 또 머리가 아파졌다. 어떻게 해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놓을지 당장은 생각나지가 않았다. 그리고 10억이 이 남자에게는 별것도 아닌 건지. 어떻게 잠깐 본 여자에게 쉽게 내주겠다고 하는 거지?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말하는 정후의 얼굴을 보며 주아는 정말 화가 났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돈이 왜 이런 건방진 남자에게는 휴지 조각 같은 거지? 그 사실이 갑자기 미칠 듯이 화가 나고 자신을 쳐다보는 정후의 표정에 짜증이 난 주아는 그의 뺨을 때렸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이 돌아갔고,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도 당황한 듯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당신 같이 오만하고 건방진 사람은 정말 싫어!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데 내가 왜 그런 수고를 했다고 생각하죠? 꽤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은데 그럼 그 잘난 맛에 계속 사시고 그만 좀 절 괴롭히시죠? 서정후 씨.” 주아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던 그가 이내 사악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주아는 자신이 어제한 실수보다 방금 전 행동이 오히려 더 큰 실수임을 느낌으로 알았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주아는 뒷걸음질 쳤다. “내 뺨을 때린 여자가 당신이 처음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라고.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10억은커녕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을 거야. 난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그런 남자가 아니거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정상이겠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뚫어질 듯 쏘아보는 정후의 눈빛과 협박하는 말투에 주아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섰다. 그래, 때릴 거면 때려 보라지. 본인이 제일 우월하다고 믿는 저런 남자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그것 말고 또 어디 있겠어. 차라리 그렇게 하고 모두 없었던 일로 치고 저 남자를 다시 안 보는 게 지금 주아가 가장 원하는 일이었다. “겁나나? 내가 당신을 때리기라도 할까 봐?”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주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빈정거리는 저 남자의 면상을 또다시 패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주아 역시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그를 향해 맞받아쳤다. 밀려드는 두려움에 주아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무는 것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는 정후는 주아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멈추어 섰다. “당신 같이 자신만 잘난 줄 건방 떠는 남자가 달리 어떻게 하겠어요. 때리고 싶으면 때려요. 진단서 떼서 당신 괴롭히는 그런 치사한 짓 따윈 하지 않을 테니.” “그 매력적인 입술로 하는 말은 다 가시투성이네. 그런데 어쩌지? 당신 예상과 다를 거라서. 우선 난 당신을 이렇게 안을 거고. 또 그다음은…….” 주아의 허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정후는 주아를 꼼짝 못하게 힘으로 제압하며 주아의 입술로 곧바로 돌진했다. 거부하는 주아의 세찬 반항도 별 어려움 없이 묵살시키며 정후는 깊고 진한 키스 세례를 더욱 퍼부었다. 끊임없이 입술을 공략하면서 그녀가 입술을 열게끔 붉은 그녀의 입술을 따끔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신음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아의 입 안으로 침입했다. 그의 혀는 마치 제 공간인 양 주아의 입 안을 휘젓고 다니며 움츠리며 뒤로 내빼는 주아의 혀를 붙잡아 춤을 추듯 엉켰다. 서로의 타액이 엉키고 거칠어진 숨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자신에게 손을 댄 그녀의 대담함을 벌주려는 의도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의도는 사라져 버렸고 대신 그 자리에 욕망이 타올랐다. 왜 하필이면 원피스를 입고 있는 거지? 불만스런 정후는 대신 봉긋한 주아의 가슴을 손안에 가두듯 모아 쥐며 그 감촉을 즐겼다. 주아는 그의 힘에 굴복당해 어쩔 수 없이 그를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그가 계속 거칠게 입을 맞춰 오는 통해 그녀의 정신도 혼미해졌다. 남자와의 스킨십 경험이 부족한 주아는 키스가 이런 느낌을 불러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마치 자신의 몸이 공중에 반쯤 떠버린 듯 자신의 몸이 아닌 듯 느껴졌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주아의 가슴을 움켜쥐듯 잡았을 때 주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저 남자의 놀음에 놀아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형편없는 취급을 당하려고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 아니었다. “……안고 싶다.” 잠시 입술을 뗀 그가 주아를 보며 욕망이 담긴 목소리로 내뱉듯 말했다. 정후가 여자에게 먼저 안고 싶다고 말한 적이 처음인 것을 저 여자가 알까? 정후는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눈동자에 그녀를 가두었다. 조각 같은 외모란 소리를 듣는 그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외모와 배경에 혹하지 않는 여자는 없었다. 저 여자도 예외는 아니지. 정후가 긴장을 푼 사이 주아는 그의 발을 세게 밟으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다시는 나한테 키스 따윈 하지 말아요!” “난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어젯밤 내가 당신을 사기로 했던 거 또다시 상기시켜 줘야 하나?” “조금 전 난 분명히 실수였고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아무리 돈이 급해도 당신 같은 남자한테 나 자신을 팔 만큼 한심하지 않아요. 당신이 방금 나한테 저지른 무례한 실수는 용서해 주죠. 어젯밤 나도 당신한테 실수했으니 피장파장인 셈 쳐요. 만일 어젯밤 일이 없었다면 당신이 방금 나한테 한 짓으로 당신 목숨은 남아 있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 생각만큼 난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알아들었어요? 서정후 씨!” “하하. 하하하. 당신 꽤 귀여운 데가 있어. 그럼 난 목숨을 살려 줘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나? 순진한 당신한테 빠른 진도를 강요했으니 내가 좀 성급했어. 근데, 당신도 내 키스에 전혀 아무것도 못 느낀 건 아닐 텐데. 안 그래? 당신 그곳도 날 꽤 반겼고 말이야.” 그가 다 안다는 듯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의 가슴께를 쳐다봤다. 그의 손길에 반응해 꼿꼿하게 고개를 쳐든 그녀의 유두를 그는 비웃듯 바라보았다. 그런데 서정후, 네가 비웃는 거 좀 우습다. 겨우 키스 한 방에 지금 네 아랫도리는 어떤데? 당장 욕구를 풀어 버리고 싶어 안달 난 주제에 비웃는 거 좀 우습다는 생각 안 드냐?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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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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