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꽃과 검, 왕후의 호위무사

김채하

20

벼랑위에 핀 외로운 꽃, 그 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자! 왕후, 자희와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 적운. 제왕의 신부 금왕, 휘연의 첫사랑이자, 어긋나 버린 인연, 자희의 이야기 “마마를 먹을 것입니다.” 입술을 귓불에 갖다 붙인 채 나직이 속삭이는 그의 음성이 악마처럼 감미로웠다. “하, 어서 해 줘. 네 방식대로 강하고 거칠게.” 아 아, 잠자리에서 이렇게 탕녀가 되어 음탕해질 수 있다니! 정염의 열기 속에 자희는 저속한 단어를 떠올리면서도 그 순간 전혀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신기했다. 적운은 자희의 바람을 곧장 들어주었다. “침실에선 저 또한 친절한 사내가 못됩니다.” 그가 검술을 익히며 다져놓았던 인내심의 크기만큼 그녀에 대한 갈망이 비례했다. “아, 흣!” * * * * * * * “밤공기가 차갑습니다.” 옷을 꼭꼭 여며 주며 건네는 적운의 그 한마디가 자희의 가슴속을 잔잔히 두드렸다. 사람이 가진 온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불인 것을. 서늘한 피부 속으로 빠르게 전해져 오는 온기를 느끼며 자희는 다시 아득한 천공으로 시선을 내던졌다. “별들이 참으로 많구나. 저들은 외롭지 않겠지?” “우리가 보기엔 그리 보여도 저들도 각자 혼자일 겁니다. 어쩌면 외로워서 서로 저렇게 보아 달라고 빛을 내는지도 모르지요.” 적운의 말이 가슴에 와 닿은 자희는 살며시 그를 돌아보았다. 오래된 고목처럼 언제나 말없이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이 사내. “네가 있어 좋구나. 참…….” “저도 그렇습니다.” 푸르스름하게 번진 달빛 속에서 자희는 처음으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싱긋이 웃는 적운을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미소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자희의 가슴이 뛰었다. “너도 웃을 줄을 아는구나.” “힘들면 언제든 제 어깨에 기대십시오.” “…….” 푸른 달빛 속에서 그와 자희의 시선이 하나로 만났다. 밤이 되어야 별이 빛을 내듯, 서로를 향해 흐를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치명적 금기의 사랑!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