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약

로맨스혼약

김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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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걸륜 천자를 꿈꾸는 공주 문혜의 호위대장이자 금국 최고의 무사 아홉 살의 어린 나이, 그 아이를 본 순간, 나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져 버렸다. 그리고 이름조차 감추고 복수를 꿈꾸며 무명으로 살아온 13년의 시간. 나의 정지되어버린 시간을 깨뜨리며 눈 속에 들어온 한 여자, 비은. 그 아이의 눈을 닮은 그 여자……. 그것만으로도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다시 찾은 내 사랑. 그런 내 사랑에 방해되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으리라. 비록 상대가 천자일지라도! “기억해두오. 난 두 번 다신 그대를 손에서 놓아주지 않는단 것을. 내 여기다 피로써 맹세하지. 그 사내가 누구든. 베어버리고 그대를 꼭 되찾겠다고.” 적일단 천홍매의 단주. 어디서 왔는지, 가족이 누구인지, 정확한 나이와 이름마저도 세간에 알려지지 않는 철저한 비밀에 싸인 사내. 육척장신에 무예로 단련된 강건한 육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통을 얼어붙게 할 것만 같은 냉혹한 눈빛과 영혼마저 싸늘히 얼어붙어 버린 검은 흑귀. 어느 날 품속에 날아 들어온 작고 어린 새. 어느새 어른새가 되어 품에서 날아가려는 그새를 영원히 가둘 것이다. “나는 천하무적이 아니다. 너를 얻기 위해선 얼마든지 야비해질 수 있는 소인배 중의 소인배다. 하니, 떠나는 그 순간, 난 너를 가차 없이 베어버릴 것이다!” 연청아 예서 더 이상 내 소중한 것을 잃지는 않으리라! 청아란 이름을 버리고 비은으로, 천홍매의 제 일검 살수로 살아온 십여 년의 세월. 교교한 달밤. 달빛이 풀어놓은 마법인양 어릴 적 정혼자를 닮은 저 사내, 무명. 단 한순간 스치는 만남으로 그에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에게만은 손에 피비린내를 묻힌 살수가 아닌 여리디 여린 여인이고 싶다. 본문 중에서 거친 입맞춤으로 발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빨아가며 청아는 걸륜의 입술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꺾었다. 입에서 턱으로, 귓덜미에서, 목덜미로 보드라운 그녀의 살갗이 그의 더운 숨결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맨살 위를 스쳐가는 그의 옷자락이 구겨지는 소리가 그녀의 귓바퀴를 커다랗게 울렸다. 더운 입김을 쏟아내며 신음을 흘리던 청아는 틈새 하나 없이 맞물리듯 맞닿은 아랫배를 찔러오는 단단한 이물감을 느꼈다. 팽팽하게 곤두선 그의 욕망이었다. “하. 이게, 당신의 진심 아니던가요?” 가슴골로 미끄러져가는 사내의 거친 호흡을 느끼며 청아는 고개를 뒤로 꺾어든 채 가물거리는 눈을 치켜떠 걸륜을 보았다. 깊게 가라앉았던 그의 눈 속에 어느덧 암연은 사라져 버리고 욕망의 불꽃만이 가득했다. 냉조하는 청아를 보며 걸륜은 말없이 그녀의 탄력적인 엉덩이를 거머쥐곤 자신의 복부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가 걸친 옷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은밀한 부분이 고스란히 밀착되었다. “그럴지도…….” 그녀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지도 몰랐다. 이토록 지독한 욕망을 불러일으킨 건 그녀가 처음이었으니까. 사내로서 여인을 지배하고픈 본능. 품고 싶고 유린하고, 소유하고 싶은, 저 밑바닥에 감춰진 수컷으로서의 원초적인 종족 번식의 본능까지도 자극한 건. 만난 그 순간부터 몸도, 영혼도 그녀에게 사로잡혀버린 기분을 걸륜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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