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갱생불가 [단행본]

마뇽

73

이현이 차윤재를 처음 만난 것은 이혼한 엄마가 자신을 그 집에 맡겨 놓던 날이었다. “여기서 열 밤만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하지만, 뻔한 통속드라마처럼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저렇게 돈 드는 아이를 여기에 버리고 가면 어쩌라는 거야?” “그냥 고아원에 갖다 맡겨요.” 이현은 태어나면서부터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자신에게 들어가는 막대한 병원비와 간병 때문에 결국 이혼한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걸 알 만한 나이는 됐다. 부부는 자신들의 선량한 이미지가 깨어질 것을 두려워했고, 결국 이현은 그 집에 남을 수 있었다. “발작이 오면 죽는다며?” “병원에 늦게 데려갔다고 하면 돼. 알아서 죽을 거야.” 그 해 여름, 우연인지 고의인지 부부가 집을 비웠을 때 이현에게 발작이 일어났다. 새파랗게 질린 채로 죽어가는 이현을 등에 업고 병원으로 옮긴 것은 그 집의 내놓은 아들인 차윤재였다. 시간이 흘러 사업이 기울어지다 못해 부도가 난 부부는 해외 도피를 했고, 이현은 남겨졌다. 그리고 온통 붉은 딱지가 붙은 집에 혼자 남겨진 이현을,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말도 없이 그 집을 떠났던 차윤재가 찾아왔다. “괜찮아요. 버려지는 건 일상이니까. 나 혼자 살 수 있어요. 혼자 살면 버려질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건 이현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 차윤재는 달랐다. “너, 나한테 빚이 있잖아. 내가 너 살려준 거 잊었어?” 그 남자는 집요했고, “빚 다 갚기 전에는 너 혼자 사는 건 꿈 깨는 게 좋아.” 그 남자는 여전히 갱생불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