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작전명, 넷카마!

토망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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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가 알려 줄까요?” 여운이 눈을 사르르 접으며 웃었다. ‘맛보기는 개뿔. 오늘 내가 너 따먹는다.’ 남자와 자본 적 없다는, 눈앞의 이상형을 꼬실 생각을 하면서. *** 게임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구여운. 소설 소재를 위해 큰맘 먹고 깐 게임에서 어쩌다 넷카마를 연기하게 된다. 하지만 넷카마 작전은 며칠만에 폐기되고, 그의 관심은 오직 시건방진 랭커 ‘꼬부기’ 괴롭히기뿐이다. *** [귓속말] 꼬부기: 야 [귓속말] 꼬부기: 너 진짜 뒈질래? [귓속말] 9여운: 허억 박력봐♥ [귓속말] 9여운: 과ㅏ연 어떻게 혼내주실지^▽^? [‘꼬부기’님은 현재 당신의 귓속말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꼬부기가 끝내주는 원나잇 상대, 도하경이었다니. 게다가 클랜전을 위한 합숙 훈련에서 그와 룸메이트까지 되어버린다. 분명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는 동거 생활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경과 자연스럽게 몸을 섞고 있는 걸 발견한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여운은 마음이 깊어지는 걸 경계하면서도 자꾸만 기대를 하게 되는데.. “누구 좆인지도 모르고 다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더러운 물건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눈앞이 한순간에 흙빛이 되어 버리는 기분, 그건 모멸감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제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냐고요.” 그것도 당신한테. “고작 몸 몇 번 섞은 거 가지고 무슨 대단한 사이인 것처럼 구는데. 저 이해가 안 가거든요.” 왜 내가 하는 말에 내가 상처를 받는 걸까.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따끔거렸다. 작은 유리 조각이라도 박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숨기려는 듯 목소리는 더욱 냉랭해졌다. 여운은 하경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제가 한 말을 부정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하염없이 하경을 노려봤다. “말 잘했네.” 하지만 그에게서 들려온 건 부정이 아니었다. “네 말대로 파트너잖아? 서로 꼴릴 때마다 찾는.” “…….” “그러니까 서로 지킬 건 지키는 게 예의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굴려 보냈던 작은 눈덩이는, 이제껏 외면해 왔던 사실을 덕지덕지 묻혀 와 크게 불어난 채로 돌아왔다. 파트너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니었다. 아니었지만…… 확인 사살을 하듯 들이닥치는 하경의 고저 없는 목소리는 여태 들어 본 것 중 가장 차가웠고, 아팠다. “꼴려서 벗겼는데 다른 새끼 흔적이 있으면, 기분 잡치잖아.” 난 뭘 기대한 거지. 혹시 하경이 질투를 하는 걸까 생각했던 게 우스울 지경이었다. 질투라니, 이건 그냥……. 맘껏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남이랑 나눠 쓰기 싫어하는 거잖아. “전용이 아니라 공용이라서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 봐요.” “…….” “제가 더러우면 쓰질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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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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