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내시(內侍)의 여자

지옥에서 온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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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슬픈 여인은 자신의 사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정혼자 가문의 몰락으로 가문의 복권과 원수를 갚기 위해 내시의 길로 접어든 정혼자를 쫓아 스스로를 죽은 자로 만들면서까지 연모하는 사내를 찾아 나서 그를 위해서는 그 어떤 위험 앞에도 굴하지 않는 당차고 아름다운 여자, 윤규원.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런 사내는 사랑하는 여자는 끊어내기 위해 사내로서는 차마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보이고도 마음에서 드러내지 못해 애 태우던 사내일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앞에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정인, 그리고 그 정인을 가지지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사내에게서 자신의 정인을 지켜야 하는 사내, 김계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향한 질타는 다 무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사람 자신의 마음에 처음으로 들인 여인, 규원의 마음을 가질 수 만 있다면 어떤 일도 망설이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을 걸고 연모했던 안쓰러운 사내, 장희재. 연약하기만 할 것 같은 외모에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조선시대 양반가의 규수로 태어나 연모하는 사내를 위해 그 어떤 위험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강함과 운명조차 거슬러 고자 하는 굳세고 단아한 내시의 아내 윤규원 그녀의 아름답고 장한 얘기다. ** 계한은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몸을 곧추 세우고 앉았다. 눈앞에 시퍼런 칼날이 춤을 추는 듯 빛을 받아 현란했다. 두려움을 가득 않고 계한은 자신의 바지춤을 끌러 내렸다. 서늘한 기운이 허벅지를 지나 자신의 양물(陽物) 끝에 파고들었다. 이제 결행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칼자루에 손을 뻗어 꽉 잡은 계한은 칼을 높이 치켜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사정없이 내리 쳤다. [아악!] 한겨울, 꽁꽁 얼은 붙은 산중. 산지기 움막 안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인근 나무에 앉아 깃털을 고르던 새가 놀라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곧 다시 겨울산은 고요해졌다. 일각(一刻)이 흘렀는지 이각(二刻)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시린 몸뚱이에 겨울의 찬바람이 지혈(止血)을 한 것인지 뿜어져 나오던 피가 사르라 들고 있었다. 계한은 어머니의 무명천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동여매었다. 그리고 움막 안에 몸을 뉘였다. 얼마 있지 않아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한은 알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인간의 생(生)과 사(死)를 손에 쥔 자가 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 여부에 따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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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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