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나의 에코

로맨스에코, 나의 에코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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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불쌍해서 동정했어. 그뿐이야.” 어느 날 나타난 이방인. 구해 주고, 치료해 주고, 지켜 주고, 반지를 찾아 준 남자. 그는 고독한 현실을 잊게 만들어 주는 존재. “목소리가 닮았어.” “너는 몰라. 내가 얼마나 그 여자를…….” 누군가의 대신이라는 걸 알지만,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기꺼이 그 여자가 되어 노래를 불렀다. 그가 전쟁을 몰고 올 적군이라 하더라도. “약혼을 결정했어.” “그 말은 지금 저보고 정부가 되라는 말이에요?” “…알아서 해석해.” 나를 비참한 자리로 끌어내린다 해도 당신이 내 손을 놓는 그날, 흔쾌히 놓아줄 다짐으로. “공주와 결혼할 거야.” 약혼, 그리고 결혼. 이건 준비해 온 이별. 그 끝에서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 “곁에만 있게 해 줘. 너의 무엇이라도 좋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도 괜찮으니까 제발…….” 후회는 남은 자의 몫이었다. * * * 이건, 짊어진 짐을 내려놓게 만들어 주는 목소리. 눈물을 말려 주고, 메아리치고 메아리쳐서 영원히 내 곁에 맴돌아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 “너는 바람 같아. 네가 있어서 나는 세상이 살아 있음을 깨달아.” 그녀를 되찾기 위해 쌓아 온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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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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