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임신 정략
20
“혹시 내가 나이를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아직 열아홉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근데 양가 부모님께서도 동의하셨고, 당사자끼리도 합의했으면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난 동의한 적 없는데.” 고작 몇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어린 신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죄송해요. 전 양가 부모님께서도 동의하셨다길래 당연히….” “벗어 봐요, 그럼.” “…네?” “나랑 그 짓 하러 왔다면서.” 마음 같아선 따끔하게 훈계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밤에 제집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것도 3개월 뒤면 제 아내가 될 여자를 울리고 싶진 않았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휘흔설 씨.” “….” “난 그쪽이랑 오늘 밤 여기서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헛된 생각 하지 말고 이만 돌아가세요.”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잘못 들은 것이었길 바랐다. “저… 아이를 가지면, 돈부터 주실 수 있나요?” 그 어린게, 영악하게도 감히 돈 얘기를 했다. 래원은 그날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평범한 결혼 생활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겼던 희망이 산산조각 난 날이었으니까. “하, 합방하기 전에 기도부터 드려야 한다고 했어요. 부적도 태우고, 족욕 의식도….” “12시 지났어, 너 이제 애 아니야.” 이제 그녀는 어엿한 성인이다. 부모 동의 없이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 계약의 주체로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 래원은 지금부터 그녀를 온전히 성인으로 대할 생각이었다. “알아들었으면 누워. 그렇게 고개 빳빳이 들고 아무것도 몰라요, 같은 표정 짓지 말고.” 그 순간 영문 모를 감정이 휘몰아쳤다. 도망치고 싶었다. 제 의지로 이곳에 왔음에도.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혼자 있고 싶을 만큼. 붉어진 뺨을 타고 뜨거운 물방울이 투두둑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주어진 기간은 딱 1년, 그 안에 반드시 휘씨 성과 이씨 성의 피가 반반 섞인 ‘아들’을 가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버텨야만 한다. 매일 밤 그의 밑에서 비참히 신음하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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