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이 꽃은 꺾이지 않는다

초코요정

28

오라비의 죽음에 침묵하고 꼭두각시처럼 산 대가는 외국의 망나니 왕세자에게 가축처럼 팔려 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목숨, 미아는 죽음 따위 두렵지 않았다. “나를 도와야겠어. 발레타 공작.” “…….” 안누스는 미아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나는 로세툼의 왕이 되고자 한다.” “제가 공주 저하를 도와주리라 생각하십니까?” 미아가 바짝 다가가 그의 턱 아래를 검지로 쓸었다. 숨결이 이마에 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맞닿은 신체에 바짝 힘이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나를 줄게.” “……미하센치아.” “갖고 싶어 했잖아.” 왕가의 핏줄에 견줄 고귀한 혈통에 막대한 부와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자. 강하고 냉철하고 저밖에 모르는 이 오만한 남자가 아직도 갖지 못한 것. 그것은 로세툼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 장미 왕가의 백 년 장미. 신이 가장 사랑한 피조물. 바로 미아 자신이었다. *** “저하께선 뜻대로 왕이 되실 거예요.” 라히드가 사르르 녹을 듯 눈을 휘었다. 어떠한 의심도 의문도 없는 맹목적인 충성이었다. 터무니없는 명을 내려도 따를 것이고 목숨을 잃게 되어도 탓하지 않으리라. “안누스 경을 만나시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발레타 공작과는, 이아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연인 행세를 하는 것뿐이다.” “……정말, 그것뿐인가요?” “라히드…….” “미아. 저는 공주 저하의 것이에요. 그런데 공주 저하는 제 것이 아니라는 게 가끔은…….” 라히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미아의 귀밑머리를 넘겨 주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다정한 손짓과는 달리 가라앉은 눈빛에선 뒷덜미가 선득해지도록 짙은 욕망이 느껴졌다. “저는 공주 저하를 믿어요.”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