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붉은 숲으로

점심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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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 실패로 몽마가 되어가는 마법사, 나지는 드래곤의 심장으로 끔찍하게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치료하고자 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제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혼자서 퇴치할 수 있는 마물이 아닌지라, 그는 쌍둥이 황자가 이끄는 드래곤 토벌대에 합류해 드래곤의 심장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곳에서 여섯 번째 황자, 막스를 만나게 되면서 간절했던 목표가 흔들리게 된다. 또한 붉은 숲과 가까워질수록 기억을 잃고 점점 몸이 변해가는데… “근데, 나 몰라?” 사내는 후드를 살짝 뒤로 젖히며 자신을 모르냐고 물었다. 나지는 왜 이 사내가 실내에서도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척 화려한 생김새였다. 태양처럼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에 녹안이라니. 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 특징이었다. 또한 이곳 시골 바닥에서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더라면 분명 기억할 얼굴이었다. 하지만 사내의 얼굴은 낯설기만 했다. ‘혹시….’ 그 순간 며칠 전 겪었던 불쾌한 일과 함께 불길한 가정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그날 골목에서 마주쳤던 자가 이 사내인 걸까? 어쩐지 목소리가 비슷한 것도 같았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렇게 재수가 없으려고.’ 절대로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실은 시체를 묻듯 땅에 묻어 버려야 했다. 영원히 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관에 못질까지 해서라도 말이다. 나지는 잡아떼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이와 착각한 것 같은데… 초면이야.” “그래?” “그럼 이만.” 다행히도 사내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하얀 손목을 놓아주었다. 나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여관을 벗어났다. 나지가 사라지고 나자 금빛 머리의 사내가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막스는 미지근한 맥주를 들이켜며 조금 전 맹랑하게 거짓말을 하던 사내, 나지를 떠올렸다. 잘난 척 같지만 막스는 자신의 외모가 누군가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나지의 외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처럼 온통 새하얀 저 사내를 어찌 알아보지 못할까? 분명 어두운 골목에서 자신의 성기를 입에 물던 자는 나지가 맞았다. 서툴지만 걸신들린 듯이 살기둥을 빨아대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했다. ‘야한 표정으로 정액을 입에 싸달라고 애원했었지.’ 웬만한 창부도 자진해서 하지 않을 짓이었다. 드물게 마음에 들어 숙소에 데려다 놓았었건만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신의 것도 아니건만 도둑질 당한 기분이 들어 불쾌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던 그 물건이 알아서 제 발로 돌아왔다. 이번 원정이 더욱더 기대가 됐다. “마법사인척 하는 남창이라...” 홀로 생각에 잠겨 피식피식 웃어대는 막스의 모습이 어지간히 수상했는지 데윈이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마스터, 저자를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글쎄-, 초면이라잖아. 초면.” 막스는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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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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