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아한 첫사랑에게

로맨스나의 우아한 첫사랑에게

하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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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거 너무 잘 아는데. 그동안 후회를 너무 많이 해서.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는 거야.” 어서 말하라고 다그칠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설렘으로 기다리는 건 더욱 아니었다. 그런 여자의 모습을 보는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너무 늦었지만. 좋아해. 아니, 사랑해.” 벼락처럼 떨어진 고백에 온몸이 정전이라도 된 듯 그녀는 움직임을 멈췄다. 멈춰있던 이성이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감히! 네가 감히 나한테! 눈앞의 남자는 이어지는 온갖 욕을 들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지 그저 연하게 웃으며 담담히 말했다. “네가 했던 사랑, 그거. 이제 내가 할게.” 세월을 기다린 지독한 집착을 더는 감추지 못한 채로. 대한민국 톱스타. 국민 남신, 국민 조각상, 국민 첫사랑, 정지성. 14년을 기다렸던 첫사랑 우아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만나게 됐다. 그를 향해 흘러넘치던 사랑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인지, 그녀의 눈동자는 그를 담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어. 내가 담으면 그만이니.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서 촉망받는 2세대 콘티 감독, 민우아. 미련하게 사랑했고 지독하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를 피하고만 싶은데, 사랑한다고 할 때는 밀어내기 바쁘던 매몰차고도 이기적이던 놈이, 인제와 나를 사랑한다고? 진짜 미친 건가. 열여섯, 미숙했던 짧은 만남 후, 서른이란 나이에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톱스타와 감독으로 재회한 두 남녀가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고, 오해를 지워가며, 후회를 사랑으로 덮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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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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