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란국 연가

로맨스희란국 연가

유주신

1

[십 년 후 페일 황가 종속이 되는 것에 합의한다.] 리하라는 10년 동안 봉인되어있던 ‘거인의 혈족’ 카테른을 깨워서 계약서를 내밀며 종속 관계를 주장하려 했건만……. 그의 입안에 있던 제논나무 잎사귀를 꺼내자, 상체를 세운 카테른 하템이 선혈처럼 붉은 눈으로 그녀와 눈을 맞춰왔다. “너였구나. 내 암살자.” 리하라는 자신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공포였다. 동물적 감각이 말해주는, 포식자를 만난 피식자에게서 나온 자연스러운 공포. “허억.” “…쉬이, 숨 쉬어.” 그는 조소를 흘리며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작은 그녀의 입은 두 손가락을 받아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왜 울어? 네가 먼저 내 입 쑤셨잖아.” *** “나에게는 하나도 좋을 게 없는 계약을 내가 가만히 두고만 볼 것 같아?” 카테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하라는 그의 얼굴을 올려보기 위해 고개를 한참 위로 꺾어야 했다. 누워있는 남자를 보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저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위축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까지 온 건 아니었다. 그녀도 나름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모험이었고 마지막 희망이었으니까. “그럼 원하는 내용을 넣으시면 되잖아요. 그리고 이 계약서가 정말 아무 효력이 없다면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낼 이유도 없으시겠죠.”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지만은 않은 여자의 대답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내가 원하는 내용이 어떤 걸 줄 알고?” “어, 어떤 건데요?” 리하라의 말에 그의 양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한입에 삼켜 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옷, 벗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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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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