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깊이 젖다

이한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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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려요?” 꼴……려? 몇 분 전에 만난 남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말이다. “꼴리면?” 과연 이 여자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먼저 도발한 주제에 당장 꼬리를 내리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기대할 만큼 놀라운 대답을 쥐고 있는 걸까. “한 번 대주려고 했죠.” _______________ “결혼한 부부가 모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내 말, 이해 못 했어? 나는 가짜 와이프가 필요한 거지, 섹스 파트너가 필요한 게 아니다, 뭐 그런 신사적인 멘트를 나에게서 기대한 건가?” 설영은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인식했다. “우린 그냥 하면 돼.” “무, 무엇을 말인가요?” “보통의 부부들이 하는 짓?” 이게 무슨……! 순간 설영은 이 남자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저, 저기요, 그…… 꼭 그건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알기로, 그쪽은 결혼, 아이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맞아. 그렇다고 섹스를 마다하겠다고 내가 말했던가? 그런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법적인 아내가 버젓이 있는데 그걸 왜 사양해.” 설영은 참았던 숨을 몰아서 내쉬었다. “섹스에 큰 의미는 두지 마. 네가 할머님과 한 그 약속이란 거, 기본적으로 섹스를 깔고 가는 거 아니야? 나와의 계약은 법적으로 묶인 부부인데, 그런 것쯤은 못 할 이유 없지. 대신 조모의 뜻은 안 지켜도 돼. 아이를 낳는 건 우리 모두 원하는 사항이 아니니까.” “저, 저기요.” “왜.” “난 진짜…… 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가 말하는 ‘결혼’이란 건 남녀가 진짜 사랑해서 결합하는 결혼이 아니다. 그러니 아이도 당연히 원하지 않는 거고. 그런데도 반문을 하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양손에 떡을 쥐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러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겠다?” 설영은 입안 속살을 꽉 깨물었다. “보기보다 이기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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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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