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오니

U채

463

*작품은 U채 작가님의 2015년 출간작이었던 <오니>의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색빛 더미 속에서 하얀 날개가 움직였다. 날개족 ‘오니’는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강바닥의 모래를 푸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니는 열심히 살았지만 사람들은 행색이 남루하고 냄새나는 그를 업신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하던 오니에게 낯선 이가 말을 걸어온다. “이게 네 바가지지?” “…….” “물어봤으면 대답해야지.” “네. 네. 맞아요. 제 거예요.” “예쁘긴 정말 예쁘군.” “네?” “이런 손은 처음 봐.” 처음 듣는 따뜻한 말과 눈빛. 하지만 오랜 세월 강바닥을 긁으며 살아온 오니는 멀쩡한 손톱이 없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은 흉했고, 손톱 밑에는 잔뜩 흙이 껴 있었다. ‘그걸 예쁘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는 제국의 인기남 ‘이안’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에게는 특이한 심미안을 가졌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망토에 가려진 오니의 외형만 보고 이상형이라며 사귀자는 대공이 무서워 이안이 여러 번 청혼해도 오니는 거절한다. 그러나 거절하는 오니에게 더 매력을 느낀 이안은 더미 강을 들락날락거리며 오니를 챙긴다. 그러다 오니의 형제가 오니를 납치하는 일이 발생하고, 납치한 오니를 구출해온 이안은 오니와 사랑을 확인하고 첫날밤을 보내는데…. -본문 중에서- “네가 오니라고……?” “네.” 불만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듣고, 오니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랑한다는, 잘 잤느냐는 달콤한 인사를 바란 건 아니지만 어쩐지 서운했다. 불만스러운 눈으로 훑어보는 이안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니는 그제야 이안이 제 모습을 확인했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 주변을 떠도는 공기. 어제와 다른 숨소리로 오니의 입꼬리를 아래로 향했다. 이안이 제 모습을 보고 실망한 것이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이안과 다르게 오니는 자신이 볼품없었다. “……제가 이상하게 생겼죠.” 오니는 날개로 몸을 감싸 안았다. “그래, 최악이야. 왜 망토를 가리고 다녔는지 이제 이해됐어. 속았어.” “죄송해요.”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어제 다정하게 굴었던 이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냉랭했다. 이안은 흥미 잃은 눈으로 오니를 살폈다. “이건 농락이야.” “미안해요.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나리를 책임질게요.” “뭐?” 이안은 어이없음이 숨으로 흘러나왔다. “이런 더미에서 어떻게? 고작 모래를 퍼서 번 돈으로 날 부양하겠다고?” 어제의 이안이었다면 기쁘게 그 말을 허락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철저한 외모주의자였던 이안은 그대로 몸을 세웠다. 시트에 묻혀 있던 군살 하나 없는 단단히 몸이 눈앞에 드러나자 얼굴을 붉힌 오니가 작은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나리, 화나셨어요?” “입어.” “네?” “입고 나가라고.”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