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루암의 해

로맨스살루암의 해

구이

20

타힐의 어머니가 죽던 날,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공중섬, 살루암이 내려왔다. 살루암이 해를 가리자 마치 전염병처럼 평범한 인간들 사이로 이능(異能)이 퍼졌다. 단 한 소녀, 타힐만을 제외한 채로. 죽음을 앞두고 변해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이능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어머니를 되돌리기 위해 모든 변화의 원인인 살루암으로 갈 것을 결심한 타힐. 그런 타힐의 앞에 천계의 권태로운 지배자 사트가 떨어지고, 그녀는 그와 함께 살루암까지 동행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살루암에 닿을 수 있을까? *** “여기서 처음 만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그런 말은 헤어질 때나 하는 거야. 갑자기 감성적으로 변하기라도 한 건가?” “어차피 당신은 언젠가 돌아갈 사람이잖아요.” 사트가 호수를 천천히 떠다니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트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훨씬 생기 있게 보이긴 했다. “그거 꼭 나랑 헤어지기 싫단 말처럼 들리네.” “저는 언제나 이별만 해왔으니, 그다지 영향 없네요.” *** “이제 나왔군. 평균적인 시간보다는 조금 더 일렀어.” “읏, 뭐라고요?” “곧바로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수영을 못 한다는 걸 알았지. 수영을 못하는 인간이 물 같은 점도 낮은 액체에서 헤엄쳐 나올 확률은 그나마 8% 정도, 특히나 그 호수는 꽤 깊어 보였거든.” 타힐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남자를 성난 눈으로 보았다. 그가 타힐을 내려다보며 덧붙여 말했다. “아, 이건 내 335번째 저서, lt;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101가지 수영법에 대하여gt;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야. 혹시 읽어본 적 있나?” “그런 책은 읽어본 적도, 읽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냥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타힐은 인상을 찌푸린 채 로브를 벗어 물기를 짜냈다. 아무리 앙그라함에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금세 감기라도 걸릴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했다. 다행히 아직 숲 너머 마을 사람들도, 또 이 귀족인지 뭔지를 찾아온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타힐은 남자를 올려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찾아오실 분들이 있긴 하나요?” “나를? 아마 찾으러 오긴 하겠지.” 남자가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타힐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찾으러 오는 거면 찾으러 오는 거지, 아마도는 뭐예요?” “글쎄. 내가 어디 있는지 짐작도 못 할 거 같아서 말이야.” 남자는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하늘의 불덩이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생각보다 시일이 걸리겠지.”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하세요. 저는 이만 일이 있어 가봐야 하니까요.” “내 보상이 필요 없다는 건가?” “‘101가지 수영법에 대하여’ 같은 책을 쓰시는 저자분께서 절 도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lt;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101가지 수영법에 대하여gt;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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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2
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