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마님은 왜 돌쇠에게

농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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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무더워서 무섭기까지 한 날씨에 돌쇠는 마님과 처음으로 만났다. 돌쇠는 기대로 부푼 제 가슴을 흔한 짝사랑이라는 말로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날이 이리도 더운데, 이렇게 껴입고 있기엔 옷이 너무 많다고 생각 않느냐?” 수줍게 열리는 꽃봉오리를 닮았던 그녀의 치맛단. 돌쇠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마음껏 꿈을 탐했다. 그러나 그 꿈의 끝자락에 걸린 것은, 꿈꿔본 적 없던 어느 감촉. 돌쇠는 허벅지에 닿는 단단한 감촉을 부정하고자 급히 몸을 일으켰다. 마님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치마폭을 들췄다. 그곳에 보이는 건……. “어때, 이래도 아직 나와 한판 벌이고 싶으냐?” 꿈결보다 더 꿈결 같은 순간을 깬 것은 ‘그’의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 * * 그래도 돌쇠는 다짐하기를, 여전히 또 영원히 그를 사랑할 것이었다. 제 마음은 꽃잎에 날아든 나비와 같이 가볍게 팔랑이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하, 그래. 분명 그랬을 터였는데. 돌쇠는 지금 제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사내를 보며 그때의 감정을 되찾으려 노력해 봤으나, 도통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무기력하게 누워 벗겨지는 옷을 보면서 그는 무얼 느꼈던가. 기대? 흥분? 사랑? 전부 아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저는 여전히 마님의 노리개에 불과합니까?” “뭐?” 돌쇠는 제 주인의 멱살을 잡아 냅다 방 안으로 던져버렸다. “원하신다면 어울려 드리죠. 다만, 깔려드릴 마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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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주가 미모를 숨김
6
2 악마들과 얽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