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살인마와 키스를

말살하라

14

“선배, 더 해요. 더럽고 기분 좋은 짓” *** 최근 대학가 주변에 실종한 학생이 늘어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자신과는 상관없을 거라며 소문을 무시하던 허윤태는 수수께끼의 남자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칼에 찔리는 섬뜩한 감각과 의식이 점차 옅어지는 그 순간. 허윤태는 살해당하기 한 달 전으로 회귀함과 동시에 키우던 고양이 차차의 존재가 완벽하게 세상에서 지워졌다. 반려 고양이 차차가 자신을 살려줬다고 굳게 믿은 허윤태는 이번 생만큼은 살인마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어떻게든 범인을 찾겠다고 다짐하며 교양 수업에 들어갔다가 죽기 전 들었던 살인마와 똑같은 목소리인 후배를 마주하게 된다. “선배는 어떤 사람인데요.”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 나는 차시현의 젖은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어줬다. 녀석은 내 손짓에도 시선을 오로지 내 얼굴에만 고정했다. “예를 들면… 계속 옆에 둬서 보고 싶은 사람이랄까.” 우산 손잡이를 잡은 차시현 손 위로 내 손을 겹쳤다. 나는 기울어진 우산을 가운데로 옮겼다. “죽이기는 아까운 그런 사람 있잖아.” 멈췄던 걸음을 다시 뗐다. 차시현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게 꼭 나를 담아내는 것만 같아 입꼬리를 더욱 진하게 당겼다. “스릴러 영화에 꼭 마지막까지 사는 캐릭터 있잖아. 그 캐릭터가 죽으면 영화가 끝나버려 죽일 수 없는.” “….” “그런 캐릭터야.” 나는 차시현을 돌아봤다. 지금의 너는 어때. 나를 죽이고 싶어? 아니면 살리고 싶어? 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같이 내뱉으면 안 되는 말뿐이다. 그래서 나는 눈을 샐쭉 접으며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예쁜 표정을 지었다.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던 녀석의 눈동자는 방향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사정없이 떨렸다. “근사한 캐릭터네요.” 녀석의 양 볼로 홍조가 들었다. “선배는 역시 완벽하네요.” 한숨처럼 끝난 뒷말에는 끈적한 눅눅함이 달라붙어 있었다. 녀석에게 완벽은 뭘까. 나는 한껏 올렸던 입꼬리를 빠르게 추락시켰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