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서리꽃 황후

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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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녕황후 진씨는 월국의 재상인 진가욱의 장녀로 열 두 살의 나이에 왕자비로 책봉되고 열 아홉 살에 황후가 되었다. 그녀의 가문은 대대로 재상을 수명이나 배출한 명문세도가로 단 한 번도 황후를 배출하지 못해 진가욱이 작정하고 벼르고 별러 리혜를 왕자비로 만들었다. 리혜가 혼인한 왕자 운은 황제의 일곱 번째 아들로 태자의 자리에서는 한참이나 먼 신세였다. 황후 소생도 아니고 변변찮은 가문 출신의 후궁의 몸에서 태어나 배경이 되어주는 외가도 없었던 왕자 운은 리혜를 왕자비로 맞이하고 진씨 가문의 힘으로 황제가 된다. 그러나 황제가 된 후 운은 돌변해서 진씨 가문을 숙청하고 황후 리혜를 냉궁에 유폐시킨다. 운의 배신에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스스로도 차디찬 냉궁에 갇히게 된 리혜는 수치심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목숨을 끊으려는 그녀 앞에 나타난 창의 형제이자 선황의 열 한 번째 아들인 왕자 창. “마마께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내 가족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양친과 오라비들, 그리고 동생들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보다 자신과 가문을 배신한 운에게 복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된 리혜는 왕자 창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마는 다시 생을 얻으실 겁니다. 명심하십시오. 단 한 번의 기회입니다.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시면 그때는 운이 아니라 나를 택하십시오. 나를 황제로 만들어준다면 나는 절대로 마마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믿나요?” “이건 제 심장입니다, 마마.” 창은 약속의 증표로 리혜에게 작은 구슬을 건넨다. “이것을 깨뜨리면 나는 죽습니다. 이걸 마마께 맡기겠습니다. 우리 사이의 언약의 증표로.” “이게 당신의 심장이라는 것을 어찌 믿나요?” “지금 깨뜨려보십시오. 구슬을 깨뜨리는 순간 나는 죽고 마마는 과거로 되돌아가실 겁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죽어도 마마께서 과거로 돌아가시면 어차피 나 역시 다시 생을 얻게 되니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마마, 잊지 마십시오. 마마는 지금 우리의 약조를 기억해도 마마께서 되돌아간 과거의 나는 이 약조를 모를 것입니다. 그러니 마마, 마마께서는 나를 설득해서 마마의 편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협박을 하던, 무엇을 하던 간에.” 거짓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리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허망하게 죽느냐, 아니면 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믿어보느냐. 창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그가 준 구슬을 깨뜨리는 리혜. 그 순간 창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리혜 역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리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막 세상에 태어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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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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