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장 불완전한 성기사

유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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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전 소속 백광 성기사단 기사들의 ‘성’ 기능에 단체로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남기사들만. ‘쓸데도 없는 성 기능 따위.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자신감을 잃고 그 대신 배부르게 먹고 싶다.’ 물론 매일 배가 고픈 만년 하급 신관 레블린과는 하등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날 밤. 돈깨나 있을 법한 미모의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가 이제 무엇을 하면 되나요?” “벗어요.” “네! ……네?” 겁을 집어먹은 것도 잠시. 냉랭한 남자의 태도와 달리 그날 밤은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간다. 하지만 둘의 만남을 종용하는 이유 모를 윗선의 압박으로 기묘한 밤의 만남은 지속되는데. 남자 벨데른, 아니 벨더와 보내는 매일 밤. 그리고 또 낮. 그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가고, 어느새 레블린은 그에게 빠져들고 만다. 그러나 벨더를 향한 감정을 깨달은 당일. 난생처음 황궁으로 불려 간 레블린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제국의 황자이자 백광 성기사단 단장과의 결혼을 강요받는다. 한편, 벨데른은 없는 욕정도 이끌어 내는 레블린의 수상쩍은 신성력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게 왜……. 그냥 잘라 버릴까.” 그날부터였다. 늘 잠잠했던 그의 마음속에 파란을 일으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 몸이 살짝 떨어지기가 무섭게 벨데른이 레블린을 휘감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빨려가듯 단단한 품에 다시 안겼다. 그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몸을 터뜨릴 것 같은 강한 압박감에 숨이 턱 막혔다. 길쭉한 몽둥이 같은 것이 아랫배 전체를 짓누르는 감각에는 오소소 소름이 일었다. ‘뭐, 뭐야. 뭐가 이렇게 두껍고 길고…… 뜨거운……. 어?’ 실질적인 경험이 없을 뿐이지 이론에 무지한 건 아니었으므로 레블린은 곧 스스로 정답을 깨우쳤다. 우람한 위용에 놀라길 잠시. 레블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지? 성기사단 남기사들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 해결된 건가? 어쨌든 모르긴 몰라도, 일전에 벨데른이 자신은 다른 기사들과 다르다며 호기를 부린 자존심의 출처만은 알 것 같았다. 이만한 크기라면 그럴 만도……. 레블린은 질끈 눈을 감았다 뜨며 조심스럽게 벨데른을 불렀다. “벨더. 괜찮아요? 제 신성력 때문에 힘든 거 아니에요?” “떨어지는 것보단 낫습니다.” 머리 위에서 목을 거칠게 긁는 목소리가 울렸다. 레블린은 힐끗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턱의 선을 가로지르는 도드라진 근육이 보였다. 그는 지금 무언가를 힘겹게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레블린은 통제를 벗어난 신성력을 갈무리하던 노력을 슬쩍 거두고 몸을 꿈틀거렸다. 그녀가 도망친다고 생각한 건지 벨데른은 팔의 힘을 조금도 풀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레블린이 목을 쭉 빼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쪽, 간지럽고 달콤한 마찰음이 작은 기도당을 울렸다. 레블린은 한 번 더 쪽, 벨데른의 턱에 입을 맞추고 속살거렸다. “참지 않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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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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