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착한, 탐욕

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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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아요. 당신한테 그런 걸 보일 정도로, 난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재계에서 착하기로 소문난 남자, 설공찬. 백단아에게만은 절대로 착하지 않다. “네. 맞아요. 난 내 기분이 더 중요해. 내가 그러려고 이 자리에 있는 거거든.” 재계에서 독하고 못됐기로 소문난 여자, 백단아. 설공찬에게만큼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설마, 지금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그 백단아가, 나한테 또 안기고 싶다고 찾아온 겁니까?” 착하지 않아서 착한 남자. 그런 남자를 대체 어느 누가 가질 수 있을까. 당연히, 오로지 백단아여야만 했다. *** 공찬은 단아의 블라우스 앞 단추를 풀어냈다. 베어 물 때마다 자지러지던 새하얀 가슴이 그날의 일은 기억도 안 난다는 듯 새침하게 숨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진한 웃음이 흘렀다. 조금만 괴롭혀져도 자신이 먼저 스스로 딱딱해지면서 만져 달라 빨아 달라 매달릴 걸 알기 때문이었다. 역시 괴롭히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명치 부근엔 한자로 ‘壇’ 자가 타투로 새겨져 있었다. 그걸 보면 쉽게 멈춰지지 않는 웃음이 터진다. 자기애가 이렇게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공찬은 엄지로 그 위를 꾹 누른 채 세게 문질렀다. 마치 그렇게 해서라도 타투를 지워 내기라도 할 것처럼. “윽. 하지 마.” “미친 거 아닙니까? 누가 자기 이름을 명치에 박아. 자기애가 얼마나 강하면 이런 짓까지 해?” “그런 거 아니, 읏. 아파.” “그런 거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백단아잖아. 이거.” 공찬이 양손으로 가슴을 세게 잡아 벌렸다. 흐트러짐 없이 중앙에 자리한 ‘단’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제 존재를 내보이고 있었다. 다른 곳은 상처 하나 없이 새하얀 백단아. 온통 깨끗한 그 몸 정중앙에 새겨진 유일한 흔적. 그게 너무도 백단아다워서 끔찍했다. 제 흔적으로 덮어서 이 글자를 영원히 지우고 싶을 만큼. “말해 봐요. 이거 새긴 새끼랑 잤습니까?” “무슨, 흐앗, 좀… 하지 마.” “가슴 뜯어질 것처럼 세게 잡아 주는 거 좋아하잖아. 이 새끼는 그렇게 안 해 줬습니까?” 하아. 공찬은 참을 수 없는 가학심에 책상 한쪽에 놓인 서류나 잡다한 것들을 전부 밀어내고 그 위에 단아를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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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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