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눈먼 애정의 허위

서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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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이트채플의 한 골목길에서 열네 번째 연쇄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오후 여덟 시에서 아홉 시 사이이며, 경찰은….] 최근 런던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피해자는 모두 이삼십 대의 젊은 여성으로 동양인인 것이 특징이었다. 시연은 뉴스를 볼 때마다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하필 자신이 동양인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연. 오늘은 다른 데 안 나갔지?” “응. 하루 종일 집에 있었어.” “잘했어. 세상이 저렇게 흉흉한데, 나 없을 땐 되도록이면 나가지 마.”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썩 듣기 좋았다. 자신을 걱정하는 말에 시연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시연의 표정은 어두웠다. ‘제이가, 오늘 몇 시에 들어왔더라.’ 힐끔 시계를 쳐다보니 오후 열 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대충, 아홉 시쯤 들어온 것 같은데…. [사망 추정 시각은 오후 여덟 시에서 아홉 시 사이이며….] 아까 지나간 뉴스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최근 시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연쇄 살인마에 대한 뉴스가 뜰 때마다 제이는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는 걸 최근에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 “연. 말해 봐.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아까도 말했잖… 흣!” “한 번 더. 계속 말해 줘.” 듣고 싶은 말이 나올 때까지 괴롭힐 심산인 듯, 제이가 허릿짓을 멈추며 말했다. 이미 아래는 제이의 것으로 가득 차 있는데, 욕구가 해소되지 못해 나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제이는 잔뜩 힘이 들어간 아랫배를 꾸욱 누르며 말했다. 대답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 내게 가장 두려운 건, 제이가 내 곁을 떠나는 거였으니까. “제이…. 네가 없으면 안 돼. 너 없으면 난….” 난 죽어 버릴 거야. 솔직한 대답 끝에, 마지막 말을 감췄다. 제이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려 예쁘게 웃었다.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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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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