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결혼 계절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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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해를 살면서 그녀가 가장 잘한 일은 선우자동차 마케팅본부장 권영모의 비서가 된 것이다. 급류를 탄 듯 정신없이 흘러가던 채신희의 삶이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굴러가게 된 건, 그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공석인 내 비서 자리에 신희 씨를 추천했어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을까, 해서.” 그때부터였을까. 그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보내오는 섬세한 눈길과 체온에 가슴 한구석이 바스라진 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 “대답 안 합니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자신의 결핍을 그가 알아봤다는 생각.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 달라고 주문했던 거라는 생각. 착각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여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저 이렇게 혼자 그를 품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깔끔히 정리하게 될 거였지만, “오늘 취소된 약속이 맞선이었다고.” 그 ‘순간’이 그의 결혼이 될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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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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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