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처음은 아니지만, 처음

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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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를 해야겠다 결심한 그날. 시현은 애써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했다. 온통 거짓이었다. 가족과 사랑하는 그, 윤환도 전부. 이제 제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처음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제가 알던 사람과 많이 닮았습니다.” 흔적을 모두 없애고 유정연으로 살아온 5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건만, 윤환은 알아보았다. 아주 잠깐, 정연의 눈빛이 흔들렸으나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혹시 최시현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제가 알아야 하는 이름인가요?” “날 모릅니까?”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비록, 처음은 아니었지만. 미리보기 “순진하네요. 밥 몇 번, 차 몇 번에 달라질 거라 믿다니.” 정연의 차분한 말에 윤환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 걸음 다가왔다. “순진했지. 그래서 넌 내 방에 여자를 집어넣었고?” 화를 참는 듯 낮게 억눌린 목소리에 정연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오해예요.” “오해? 누가 그러더군. 내가 등신같이 변했다고. 요즘 내가 좀 등신처럼 굴었지?” “…….” “나도 잠깐 내 정체성을 잊었어. 너한테 빠져 있느라.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여자가 나타나서 내가 좀 설렜지. 정신 못 차릴 만큼. 그 여잔 아무 여자나 내 방에 들이는데 말이야.” “나쁠 건 없지 않나.” 정연은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 “그 나쁠 것 없는 걸 유정연이랑은 안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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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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