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드라이브(UNDERDRIVE)

BL언더드라이브(UNDERDRIVE)

아이제

1,023

화서고등학교 복학생, 2학년 5반 천제로. 누나가 갑작스럽게 당한 불의의 사고로 출석일을 채우지 못해 한 학년 유급해서 다시 2학년에 재학 중이며, 그 사고를 계기로 밴드부를 만들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전학생, 2학년 3반 이유원. 해외에서 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어렸을 때 천재 첼리스트로 유명했으나, 모종의 일을 겪은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더는 첼로 활을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이후 음악은 앞으로 영영 그만둘 거라고 다짐했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마주친 이상한 녀석이 밴드부 가입을 끈질기게 권유하는데……. * * * 퍽! 천제로의 주먹이 내 뒤쪽에 있던 로커를 내려쳤다, 아니, 사실은 그냥 짚은 것에 가까운 동작이었지만 워낙에 힘이 들어가 있어서인지 큰 소리가 났다. 놀란 토끼 눈이 된 급우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제로와 나에게 모여들었다. 한쪽 시야가 천제로의 팔로 봉쇄되자, 내 시선이 절로 아직 열려 있는 다른 쪽으로 향했다. 천제로는 곧 다른 한쪽 팔을 마저 짚어 남은 방향을 막아 버림으로써 모든 도주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야, 3반에 싸움 났나 봐. 뭐? 진짜? 누구랑 누가? 글쎄? 몰라, 아무튼 지금 막 벽에 밀어붙이고 분위기 장난 아니야. 존나 살벌해. 복도에서 누군가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랑, 하자.” “…….” “응? 제발.” 어딘가 목적어가 굉장히 많이 생략되어 있는 말이었다. 나는 어마어마한 불안감이 도저히 피할 길 없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가 아니면 안 되겠어. 한 번만, 한 번만 해 줘.” 나는 숨이 턱 막혔다. 털썩, 꽈당, 와장창. 누군가가 들고 있던 교과서며 필통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요란하게도 울렸다. 누구는 주저앉다가 의자를 넘어뜨렸다. 허억……. 누군가는 숨넘어가는 듯한 소리로 경악했다. 복도 밖의 수군거림은 점차 해괴한 쪽으로 확산되어 갔다. 충격과 흥분으로 들뜬 목소리들이 잔뜩 떠들어댔다. 야, 미친, 방금 들었어? 1년 꿇고 유급한 복학생이 이번에 새로 온 전학생한테, 꼬시는 멘트 한 번 존나 노골적이다……. 둘이 사귀는 거래? 아니면 그냥 한 번? 아 몰라 쟤네 돌았나 봐……. “이런, 씨발…….” 절로 욕이 나왔다. 다른 놈들이 떠드는 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제로는 몹시도 심각한 표정으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왜 하필 너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 못 한 건……. 그냥, 너여야 할 것 같았으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느꼈어. 그래서 같은 학교인 걸 알았을 때 기뻤어.” “…….” “진짜, 잘 해 줄게. 유원아, 응?”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상대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힘을 전혀 조절하지 않은 탓에, 셔츠 깃이 엉망으로 구겨지고 지퍼로 잠그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청록색 넥타이가 뒤틀렸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나는 멱살을 쥔 손아귀를 풀지 않은 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천제로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순순히 딸려 내려왔다. 내가 이대로 주먹을 날린대도 순순히 맞아 줄 것만 같은, 무슨 말을 한대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안 하겠다는 말만 빼고.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밴드, 까짓것,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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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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