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그때 천사가 내게 말했다

따개비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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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범죄 소재 및 폭력 묘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제까지 알려진 대화의 패턴은 똑같다. 그녀는 늘 이름을 묻는다. 상대방은 규정상의 이유를 들며 거절한다. 혹은, 가명을 댄다. 그러나 십오 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직접 이름을 밝히고… 그녀는 즉시 흥미를 잃는다. 이름을 말하지 말 것. 단순하고 쉬운 규칙이다. 이깟 규칙을 지키는 데 실패한 이가 어느덧 여덟을 넘겼다. 그녀의 흥미를 잡아 두는 데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가 오기 전까지는. “래스터 수사관, 제발 조심하게. 그 여자는 사람 정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경고는 익히 들었지만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유리벽 너머 미샤일라 카일로를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녀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죽음의 천사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 “…제가 수사관을 그만둔 건, 부상 때문입니다.” 그녀가 유리벽에 바짝 다가왔다. 갑작스레 열띤 관심을 드러내는 표정이 꼭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맞혀 보는 어린애 같았다. “왼쪽 어깨에 총상?” “주된 원인은 그렇습니다.” “보여 줘.” “싫습니다.” “보여 줘.” “싫어요.” “보여 줘.” 그녀는 세 번이나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시선을 그의 어깨에 고정시켰다. “범인이 하나의 인간을 한계까지 구겨놓은 뒤에는 살인을 멈출 거라 생각하지?” “…예. 적어도 그 방식으로는.”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어. 그는 당신이 붙잡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아.” “붙잡는 건 제가 아닙니다. 저는 수사관이… 아니고, 그저 조력을.” “역시, 기뻐하는구나.” “…….” “나도 기뻐.” “저는 그가 최대한 빠르게 붙잡히길 원합니다.” “똑바로 말해야지.” “…저는, 그를 최대한 빠르게 붙잡고 싶습니다.” “그래. 이제 보여 줘.” 진은 천천히, 그러나 주저 없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그녀의 앞에서 하나씩 옷을 벗어 맨몸 위 오래된 흉터를 내보였다. ‘환상적이야.’ 천사의 이름을 가진 살인자가 가까이 속삭였다. 진은 그 순간 직감했다. 자신은 결코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으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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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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