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색광도(色狂島)

니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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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호 백작가의 여식 ‘블렌 에바트’로 빙의했다. 어떤 소설에 빙의한 줄 몰랐기에, 호의호식을 누리면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기로 다짐했는데……. 갑작스런 난파 사고,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온통 핏빛으로 가득한 섬. 그제야 깨달았다. 여긴 내가 절대 빙의해선 안 될 피폐물 BL 소설 ‘색광도(色狂島)’라는 걸. * * * “내 아이를 밴 채로 어딜 갈 생각이야?” 그 한마디에 모든 사고가 멈췄다. “……뭐? 루카,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라니!” “순진하구나. 나와 그렇게 몸을 섞고도, 설마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넌 분명 오메가잖아! 오메가는 여자를 임신 시킬 수 없어. 그렇지?” 잠시 얼빠진 듯 저를 응시하던 루카는 어째선지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착각했나 본데. 보통의 오메가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달라. 보통의 오메가가 아니야. 아이를 임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자인 널 임신시키는 것도 가능해. 그래서 이 세계에선 모두가 나를 숭배하지. 이 색광도에서 나의 권위는 황제인 폐하보다도 더 강해.” 심장이 낭떠러지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믿고 싶지 않은 기분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 순간 그의 차가운 손끝이 턱에 닿았다. 그는 서로의 숨이 섞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였다. “나에게로 돌아와.” “……하, 하지만 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폐하께서는!”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이미 처리했으니까.” “……뭐?” “널 가지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면, 필요 없어.” 블렌의 표정에는 커다란 낭패가 스쳤다. 망했다. 메인 수가 메인 공을 거절하면 이 소설의 개연성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메인 수 루카에게 완전히 잘못 걸렸다. 나, 과연 여기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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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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