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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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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누구와도. 왜 하필 나야, 몸도 이런데.” 이선우. 그래, 지난 몇 달간 너는 괜찮았어. 배려라고는 모르는 재벌 3세, 최상위 남자의 지독하게 섬세한 손길도. 기준에 못 미치는 걸 알면서도 도리 없이 참아내던 끈기도. “재미있겠어? 이런 나랑 놀면.” “응. 네 안에 내 새끼가 들어있는 게 너무 흥분돼.” 저 같은 열외에게는 상상조차 감히 허락하지 않았던 숨결도. 그로서는 보통 인내를 가지고는 하지 못했을 그 일련의 행동에, 서정은 하마터면 감동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했던 날 생각나거든.” 객실 곳곳에 장식된 전신 거울로 임신 8개월에 접어든 여자의 몸이 비쳤다. “나한테 달려들었었잖아,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네가 다 지어냈대도 나는 기억 못 하니까.” 아파트 계단에서 실족한 후 기억을 잃었다. 결혼한 사실도, 그 상대가 20년간 저를 열외로 취급했던 이선우라는 것도. 그리고 임신 중에 그와 이혼했다는 사실도. “지어낸 거 없어, 전부 사실이야. 아기 갖고 싶다고, 먼저 하자고 한 거 너야.” 서정에게 이혼이 믿기지 않는 이별의 수준이었다면 선우에게는 뚜렷한 목적을 띤 보복의 차원이었다. 싸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이것. 유책배우자는 아내 쪽이었다. “내가 왜 너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 “그래? 나는 왜 너랑 이혼했는지 모르겠는데.” 이혼으로 그 대가를 치렀음에도, “하면, 양육권 협의하는 거야?” “봐서. 협의할 의사가 얼마나 확실한지 보고 정하려고.” 남자가 이렇게까지 악랄한 이유를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기에. “나 봐.” 그 지시에 서정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그를 향했다. 반쯤 향한 만큼 입술 반쪽에 이선우가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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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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