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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내가 살려 줄까? 나한테 완전히 붙어 볼래?” “군인 씨, 인기 많네?” “여지의 씨는 인기가 없나 봅니다. 혼자 계시네요.” “난 군인 씨랑 다르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옆에 앉아야 하나 했는데. 남자랑 같이 있는 건 또 제 취향이 아니라.” 표정 없던 지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희종의 뇌리에 깊게 남았던 영감의 기괴한 집 앞에서 본 표정과 비슷했다. 눈앞에 총을 갖다 대도 빤히 보고만 있을 것 같은 그 평온한 얼굴이 무너진 게, 그 얼굴을 무너뜨린 게. 희종은 내심 흡족했다. 희종이 피하지 않고 물끄러미 보고 있자 지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험한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군인 씨는 간이 배 밖에 나왔어?” “싸가지 없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 “여지의 씨, 지금 나 피합니까?” 희종이 지의를 먼저 지나쳐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그래 봤자 두 번밖에 안 와 봤으면서 제집인 양 익숙하게 군다. 그게 얼마나 재수가 없는지 지의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말해 봐요. 나 피해?” 거실 한복판에 서 있던 희종이 쓱, 다가오자 지의가 지지 않고 맞섰다. “야, 군인. 말이 자꾸 짧다?” “이상하네……. 말은 계속, 조금씩, 차근차근 짧아지고 있었는데? 그걸 이제 의식했어요? 왜?” 희종은 지의의 눈길이 무심한 건지, 노려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잠깐 했다. “1번. 술 먹고 찡찡댔던 게 쪽팔려서.” 지의의 눈동자가 희종의 검지로 떨어졌다. “2번. 분명 거실에서 쓰러졌는데 일어나 보니 침대라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기다란 검지와 중지를 지의는 잘라 버리고 싶었다. “3번. 그래서 계속 생각해 보니 내가 신경 쓰였다.” “1번이랑 2번만. 3번 빼고.” 희종의 약지가 올라가기도 전에 지의가 먼저 대답을 선수 쳤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얼른 제외시키겠다는 의지다. “군인 씨, 되게 재밌다. 입에서 나오는 건 꼬드기려는 텍스트인데, 얼굴은 작전 나가는 군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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