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황제가 될 기사님의 은밀한 침실사정

세르비11

59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새까만 어둠을 비추는 달처럼, 고고하면서도 다정한. 제게 손을 내밀어준, 다정한 그를 사랑하는 건 필연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은발의 청년이 저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에메린 샤운트는 알 수 없었다. 먼 거리에서 그의 뒷모습을 좇으며 그저 마음만을 키워갈 뿐. 그저 막연하게, 제게 호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마는. 그렇게 마음이 뭉클하게 커져 도저히 억누르기 힘들어졌을 때, 아버지 샤운트 공작이 제안했다. 혁명군의 수장인 이브리스의 아이를 가져 그를 속박하라고. 그래서 아버지의 말에 따라 에메린은 아름다운 그를, 고고한 이브리스 하이나드를 유혹했다. 흐무러지는 꽃무리처럼, 달빛에 피어나는 에델바이스 꽃처럼. 음란하게 그의 손아래서 피어났다. “내가 얼마나 머저리처럼 공녀에게 빠져 있는지 알고 있어 이런 천박한 꿈에도 나오셨습니까.” “내 방으로 가지요. 여기는 사람들이 오가니…… 그대와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 욕정하는 와중에도, 은발의 미청년은 저를 함부로 대하지 않아서. 사랑스러운 이브. 이브, 아직도 나를 사랑해? 비록 내가 이브리스 당신을 속여서,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꿈이란 마법 아래 아름다운 미청년에게 손을 뻗어 그의 아이까지 임신한 지금, 그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몽롱하게 눈앞의 아름다운 미청년을 응시했다.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브. 내게 와줘. 사랑하는 나의 이브. 이브……. 본문발췌 모두 이브리스가 제게 했던 것들을 흉내 낸 거지만, 그에 비할 수 없는 약한 움직임이 이브리스를 흥분케 했다. 이브리스의 손이 어느덧 에메린의 등을 제게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빈 손이 에메린의 턱을 붙들고 제 쪽으로 완전하게 당겨 제 빗장뼈에 예쁜 얼굴을 대게 했다. “하아. 그대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참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이브리스는 죄책감과 아른거리는 정욕이 뒤섞인 눈으로 에메린을 내려다보았다. 두 입술 사이로 이어진 은색 실이 천천히 아래로 추락했다. 그는 에메린의 입술에서 흘러내린 투명한 실 타액을 천천히 엄지로 훑었다. 그 모습마저도 지독하게 요염하여 에메린은 홀린 듯 그만을 올려다보았다. 다정한 햇살 사이로 드러난 녹음의 수목처럼 청수해서. 그 옛날, 상냥하게 자신을 위로해 주었던 그 순간과 한 치도 달라진 점이 없는 나의 이브. “이브.” 에메린을 품 안에 꼭 끌어안고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상아색 달빛에 비춰지며 비로드처럼 매끄러운 윤기로 손가락 사이 흘러내린다. 그 촉감이 눈물 날 만큼 부드러워서 이브리스 하이나드의 심장 안쪽은 터질 것만 같았다. “에메린.” “나, 이브가 해 주는 거 너무 좋았어요.” “에메린…….” “그러니 앞으로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도 괜찮죠?” 울고 싶은 걸 억누르며 에메린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제 실수로 이 여리고 사랑스러운 아내를 잃을 뻔했다. 그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에 에메린은 배시시 웃었다. 기뻤으니까. 이브리스가 제게 늘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게 좋았으니까. 그래서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의 가슴팍에 매달려 그의 도드라지지 않은 목울대에 입술을 맞추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