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루시드 드리밍

연고은

5,804

이주형이 돌아왔다. 전 애인의 파혼 소식과 함께.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녀석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그랬기에 우정을 넘어서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였던 주형이 거짓말처럼 수현의 눈앞에 나타난다. [일부러 피하는 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녀석을 술자리에서 다시 만난 순간일까. 녀석이 손목을 잡고 입꼬리를 올렸을 때일까. 녀석은 제 첫사랑도, 짝사랑 상대도 아니었다. 적어도 유학 가기 전만 해도, 자신에게 이주형은 그 어떤 이보다 끈끈한 친구였다. 그런데 녀석은, 많은 게 달라져 돌아왔다. 그런 녀석을 잠시나마 알파로 본 게 잘못이었을까. 친구라고 명명된 24년의 우정은 결국, 하룻밤의 실수로 무너지고 만다. *** “그래. 씨발, 우리가 키스했다 치자.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비켜.” “도대체 뭐가 불편해. 뭐가 불편해서 별것도 아닌 걸로 피하냐고.” 별것? 임신까지 했는데 별것? 설사 임신이 아니어도 그렇지. 24년 우정을 깨고 키스까지 했는데 어떻게 그게 아무것도 아니야. “누가 피했어? 그냥 혼자 있고 싶다잖아. 혼자 생각 좀 하고 싶다잖아! 난 혼자 생각도 못 하는 애새끼야?” 재빠르게 손잡이를 잡는데, 순간 녀석이 수현을 벽으로 몰았다. “누가 너더러 책임지랬나? 씨발, 고작 키스 하나가 뭐가 이렇게 거창해.” 녀석이 차오르는 숨을 뿌리며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때 수현이 두 손으로 녀석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하, 키스 하나? 고작 키스 하나?” “…….” “원래 이런 새끼냐?” “어. 몰랐어?” 녀석이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설사 녀석이 섹스한 사실을 안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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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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