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야수(野獸)

김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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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수사과에서 경위로 일하며 주로 잠입이라는 위험한 임무를 하는 은겸. 그는 두성그룹과 거성파의 의혹, 그리고 거성파에서 나온 마약을 조사하기 위해 두성건설의 사장 희태의 비서로 잠입하게 된다. 거성파를 통해 두성그룹의 사장 자리까지 오른 희태는 잔혹한 성정으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 그는 예민하고 빠른 눈치로 새로 들어온 신입 비서 은겸을 예의주시하며 수상한 냄새를 맡기 시작하는데……. *** 흔들리는 기틀을 추스르려고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보다 극단적인 수법이 필요해졌다. 본능만 남은 희태가 그를 밀쳐냄과 동시에 울대를 압박하며 유리로 된 병을 위로 치켜들었다. 죽여야 한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게 후환이 남지 않았다. 단순명료한 명제만이 희태를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그가 진심으로 살기를 흩뿌리자 삽시간에 냉혹한 공기로 넘실거렸다. “무섭습니까?” 은겸이 그에게 물었다. “닥쳐.” 핏발이 선 희태가 은겸의 목을 조였다. 손톱이 세워져 은겸의 피부에 생채기를 남겼으나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응시하기만 할 뿐. “저도 무섭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합니다.” “…….” “이제 못 멈춥니다.” 끝내 병으로 노리고 있던 머리통을 내리치지 못한 희태를 당긴 건 은겸이었다. 검은자위가 확장된 희태가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고 했으나 은겸이 코앞까지 온 입술을 게걸스럽게 삼켰다. 병이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음을 냈으나 희태의 귀에도, 은겸의 귀에도 전달되지 않았다. 은겸은 기다란 팔로 희태를 휘감고 남은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감싸서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박았다. 저 밑바닥에 들어가고 싶은 듯 아주 깊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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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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